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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모성을 일깨우다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11-11 1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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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모성을 일깨우다
가을 아침 어머니의 숲길을 걷기로 했어요. 구례 화엄사 입구에서 하룻밤을 묵었어요. 화엄사는 늘 푸근하고 장엄한 마음의 곳간 같은 곳이예요. 자욱한 안개가 걷히는 가을 아침, 볼이 적당히 차갑네요. 휴일이라 숲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발아래 계곡 물소리가 무심히도 번져 나오고 있어요. 물소리에 이끌려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았어요. 이제 막 무더운 습기를 걷어낸 물빛이 투명한 거울 같아요. 찰랑이는 용소 물웅덩이로 하얀 물줄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어요. 이 작은 물웅덩이가 저 아랫마을에 다다르면 호수같이 너른 가슴을 펼치겠지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성찰이라 할까요? “산맥을 이루는 흙과 숲을 이룬 나무들이 내놓는 물은 잠시도 멈출 생각이 없으니. 저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루니 문명을 낳았구나!” 흙과 나무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을 안고서 날마다 흐트러짐 없이 수량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물과 공기 등등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한결같이 돌리는 존재들이 생명의 바탕을 이루어요.
불수의근이라 하는 내장과 심장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뛴다고 해요. 이 장기들이 기분 따라 쉬어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생명 조건의 합을 딱딱 맞추는 자연의 질서가 너무나 경이로운 거예요. 이 세상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겠어요!!!
효대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숲길!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생명의 모성을 일깨우는 시간! 용소의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연륜의 나무둥치들 사이로 누워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딱딱한 마음을 어루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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