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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벼락이 아니라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3-12-19 10: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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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벼락이 아니라
겨울의 숲길은 삭막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발 아래 풀섶에는 생명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거든요. 쥐눈처럼 까만 열매를 매달고 있는 여우콩이 그래요. 예전에 여우가 지나다니던 뒷산 언저리 쯤에 자리잡고 살아요. 덩굴로 오르다 멈춘 자리에 붉디붉은 꼬투리 열어 까만 열매를 오똑하니 올려놓았네요. 열매의 조형이 참 특이하지요? 여느 콩과식물 같으면 열매는 또르르 굴러떨어졌을 텐데 여우콩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네요. 꼬투리와 열매는 보색대비를 이루어 더욱 돋보이기까지 합니다. “나! 여기 있다.” 여우콩 열매가 이렇게까지 저를 드러내는 이유는. 산짐승의 위장 속으로 들어가려는 간절함이겠지요. 높은 담벼락에 올라서려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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