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여행자
야생의 여행자 공간입니다.
보는 것이 아는 거야
인류는 왜 유달리 눈이 진화하게 되었을까? 이 실마리를 풀려면 그 옛날 열대림의 영장류를 만나봐야 해.
영장류는 삼원색을 볼 수 있는 눈이 발달한 거야. 열대 숲속에 자라는 식물의 이파리는 대부분 초록색이니까 열매가 붉거나 주황색이면 얼마나 눈에 잘 띄겠어?
부드러운 새싹이 붉은색을 띠는 것도 마찬가지고~
열대림에서 먹이가 되는 화려한 색감을 구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으니까, 자연선택을 받았겠지?
건데 대부분의 포유류는 색맹이잖아. 개나 고양이 같은 육식성 포유류는 움직이는 시각 정보로 사냥하기 때문에 색깔이 그리 중요하지 않대.
하지만 열대림 나무 위에서의 생활은 전혀 달랐던 거지.
숲을 떠나 탁 트인 사바나 초원으로 나온 인류에게 시각은 더욱 강력한 생존 도구가 되었어.
두 발로 걸으면서 더 먼 지평선을 바라보게 되었고, 수풀의 미세한 흔들림 속에서 포식자를 읽어내는 힘을 키웠어.
눈은 정보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인지의 창이 된 거야.
이처럼 인간은 오감 중 시각을 통해 80% 이상의 정보를 얻는다고 해. 냄새나 소리보다 빛과 색에 집중해 진화하는 동안 인류는 시각적 존재가 되었어.
문자의 발명은 시각 의존도를 더욱 높여놓았지. 문자는 인류 문명이 선사에서 역사로 넘어오는 출발점이잖아. 냄새나 소리가 동물의 언어라면 시각은 인류의 언어가 된 거야.
사바나에서 갈고닦은 시감각은 인류를 기호의 세계로 안내했어. 눈앞에 없는 사냥감을 동굴 벽에 그리기 시작한 순간, 인류의 시각 정보는 상징으로 변했어.
이 상징들이 정교해지고 약속된 규칙을 갖게 되면서 문자가 탄생한 거지.
소쉬르의 기호학에 보면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이란 용어가 나와. 시니피앙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라 한다면 시니피에는 그 속에 담긴 의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언어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보는 거야.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를 생각해 봐. 문자가 처음엔 대자연의 이미지였다니까.
초기 인류의 소리 언어는 어느 순간 문자로 고정되기 시작했어. 대상을 관찰하고 특징을 뽑아내어 기호로 만드는 과정은 고도의 뇌 활동이야.
이것이 문자 언어로 가는 사다리가 되는 거고~
그런 면에서 언어 역시 누적의 문화로 새긴 피라미드라 할 수 있을 거야.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던 언어가 시각적 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정보로 남았어.
언어는 물질적으론 시각의 확장이고, 이성적으론 사고의 확장이야. 언어는 유무형의 공유수단을 동시에 지닌 인류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거지.
말은 사라지지만 문자는 사라지지 않아.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거야.
인류 문명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려는 열망이 만들어 낸 시각적 결과물이야. 인류에게 보는 것(Seeing)은 곧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이었어.
영장류에서 진화한 우리는 여전히 눈으로 세상을 읽으며 진화하고 있어.
사바나 초원을 응시하던 눈빛이, 이젠 LLM(거대 언어모델) 스크린 너머 우주로 향하고 있는 거야.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