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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은 풍요로웠다
01⎯ 요람은 풍요로웠다
그때 아프리카 열대림은 생명의 낙원이었지. 영장류는 그 요람을 온전하게 누렸고~ 말 그대로 먹고 살기가 좋았어!
열대림은 무덥고 습한 환경이라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아. 숲이 울창해 과일을 비롯한 먹이도 풍부하지. 사시사철 농익은 무화과와 야생 베리의 달콤한 향기를 느껴봐!
열대의 숲은 또 영장류의 놀이터였어. 중력을 비웃듯 나뭇가지 사이를 빠르게 오가면서 특유의 재능을 뽐내었지. 이 놀라운 능력을 브래키에이션(Brachiation)이라고 해.
그러니 나무 위의 삶은 맹수의 이빨이 닿지 않는 안전한 요람인 거지.
이들에겐 생존의 치열함보단 영장류답게 느긋한 여유가 있었어! 서로의 털을 골라주며 긴 시간을 보내곤 했지. 이것을 그루밍(Grooming)이라 하는데, 집단의 서열과 유대를 확인하는 행동이라고 해.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자 평화 의식이지.
그러하니 이 영리한 영장류의 공동체 생활은 남달리 부러울 게 없었을 거야! 내부에서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런데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 이 공중 묘기 선수들은 땅으로 내려서면 그만 체면을 구기고 말았으니까. 네 발로 너클보행을 하면서 엉거주춤하게 걸어 다녔거든. 나무타기에 중요한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손등을 땅에 대고 체중을 실으며 걷는 거야.
그러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했겠어? 주특기를 발휘하려면 곧장 나무 위로 올라가야겠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풍요의 낙원에도 진화의 시계바늘은 돌아가지. 자기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 원숭이들의 꼬리가 사라지더니 유인원(類人猿)들이 깜짝 등장한 거야. 원숭이에서 인류를 닮은 영장류가 나타난 거지.
먼저 깊은 숲에서 오랑우탄이 진화의 가지를 치며 뛰쳐나왔어. 뒤이어 덩치 큰 고릴라가 새로운 얼굴을 내밀었지.
그래, 우린 이미 이 네러티브(Narrative)의 결말을 알고 있지 뭐야. 아직 인류와 침팬지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지 못했어.
그러던 어느 날 영장류는 다시 갈림길에 서게 되었지. 약 8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이야. 그동안 진화해 온 어떤 영장류의 조상 중에서 침팬지와 인류가 갈라져 나왔거든. 그 딸이 최초의 인류가 되었어!
허~ 참, 침팬지와 우리는 한때 형제였다니까. 그래서 유전자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어.
대체 이 풍요로운 요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복격양(鼓腹擊壤)이 절정에 달하면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지! 그 위기가 크면 클수록 엄청난 도약의 발판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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