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여행자
야생의 여행자 공간입니다.
재물 쌓이는 곳에 싸움
서로 눈을 맞추며 사슴 고기를 나누던 그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저 황금빛 알곡을 놓고 서로의 가슴에 칼을 꽂는 날이 올 줄을……
저 깊고 투명한 눈동자 속에 황금빛 알곡의 끔찍한 폭력이 아른거리고 있다니.
아니! 도대체 이렇게 등골 서늘한 이야기를 들추는 이유가 뭐야? 아~ 사실 나도 생각이 좀 복잡해.
그렇기도 하지만, 잉여와 전쟁이라는 역설 위에 피어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니?
사바나의 초원에서 함께 사냥한 고기를 나누던 시절, 인류에게 내일은 그저 또 다른 생존의 날들이었어.
하지만 농경이 시작되고 창고에 곡식이 쌓이자, 눈빛이 달라졌어. ‘우리’라는 따뜻한 울타리가 차가운 담장으로 변한 거야.
평등했던 수렵채집 사회의 질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지.
풍요 속엔 비극의 그림자도 잉태되는 법! 어쩌면 이것이 음과 양이 맞물려 휘몰아치는 대자연의 이치 아닐까?
옛날엔 싸워봐야 얻을 게 없었는데, 이제 옆 마을 창고만 털면 일 년 치 식량이 생기는 거야. 나누던 손이 움켜쥐는 주먹이 된 건, 아마 쌓여있는 곡식을 본 순간이었을 거야.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하잖아~ 가을걷이가 끝나면 곡식을 노린 집단 간의 약탈 전쟁은 반복되었어.
예전엔 싫으면 그냥 떠나면 됐는데, 이제는 내 새끼들이 먹을 밀밭을 등지고 서야 했어. 삶의 터전을 잃으면 노예가 되거나 굶어 죽기 십상이잖아.
그러니 밀밭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배수진이었던 셈이지.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문명의 뒷면에는 채 마르지 않은 피눈물이 갑골문의 문장(紋章)처럼 새겨져 있어.
청동기와 철기를 잇는 인류 문명은 피와 땀, 그리고 예리한 칼날 위에 세워진 거야.
사바나의 외로움을 공감으로 이겨냈던 인류는, 이제 풍요 속에서 서로를 겨누는 모순된 존재가 된 거야.
이 모순된 존재가 거대한 국가를 세우며 문명의 속도를 높여왔어. 세상은 이처럼 모순과 역설로 가득해. 인류의 저 깊은 마음속도 마찬가지일 거야.
인류는 전쟁을 크게 겪을수록 문명사를 더욱 새롭게 써 왔어. 전쟁은 묵은 것을 쓸어낸 폐허 위에서 새로운 판을 짜게 하지.
신기술이 탄생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기술이 뒤섞이며 미래를 열어가는 거야!
그래, 전쟁은 뺏고 빼앗기는 탐욕적 욕망과 폐허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묘한 지점이 있어.
재물이 쌓이는 곳에 싸움 나더라. 인류의 문명사는 뜨거운 열정과 의지 너머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 같아.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무섭도록 치열한 영속의 질서 속에서……
어쩌면 모순이야말로 비상한 창조의 속성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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