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겨울눈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눈은 잎겨드랑이에서 큰다.
겨울에 대비해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추위가 닥쳐오면 잎은 떨어진다.
그러나 눈은 잎이 떨어진 자리 위에서 나무껍질 가장자리에 붙은 채 그대로 버티고 있다.
눈은 가지의 유년기이다.
모진 추위와 지나친 습기를 받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어린 시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튼튼한 겨울 옷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월동준비를 위해 안쪽으로 따뜻한 모피, 털이 많은 천이나 면직을 입고
바깥에는 미끈하고 튼튼한 아린(눈껍질)의 코트를 입는다.
장시간 추위와 비를 견뎌야 하는 꽃눈은 부드러운 모직 천을 입고
그 위에 물이 스미지 않는 고무나 방수천으로 된 코트를 걸친다.
나무의 눈은 위생적인 옷감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나무의 눈은 인간이 짐승가죽을 걸치고 추위에 떨며 숲속을 헤매던 시절에
이미 방수코트와 모직 천의 외투를 알고 있었다.
눈의 중심부에는 솜이 그 섬세한 작은 잎을 싸고 있고 외부는 기와장처럼
규칙적으로 늘어선 아린芽鱗의 갑옷이 그 솜을 탄탄하게 감싸고 있다.
또한 습기를 막기 위해 아린의 비늘 하나하나에 수지樹脂같은 밀질로 덮여있다.
마른 니스처럼 된 이 밀질은 봄이 되면 보드랍게 변해서 눈을 싹트게 한다.
이때 서로 붙어 있던 아린은 부드러운 점착성이 있는데 서로 떨어지면서 약간 펼쳐진다.
그리고 아린의 요람 한 가운데서 최초의 잎이 얼굴을 내민다.
봄의 움이 틀 시기에 눈이 갖고 있는 점착성은 나무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이 점착성은 수지의 분비물이 녹아 끈끈해진 것이다.
겉보기에는 허름한 것 같지만 눈이 입고 있는 옷은 이처럼 훌륭한 제품이다.
탄탄한 아린의 코트는 악천후에 대비하고 밀질은 습기를 막아주고
솜털은 추위가 침입하는 것을 방어해준다.
[파브르 식물기] '두레'에서 간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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