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은 생물들이 처음 나타났던 초기 시절에 환원형의 철염을 포함하는 막대한 규모의 지각 암석들이 산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결국 약 20억 년 전쯤에 이르자 지각의 지질작용에 의하여 암석들이 지표로 노출되는 속도보다 환원성 물질들이 산화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광합성 생물들이 계속 산소를 생산하는 만큼 공기 중에는 산소의 축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즈음은 아마도 지구 생물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무산소 상태의 대기 중에 산소가 침입하게 된 것은 지구 역사상 초유의 대기오염 사건이었으리라. 우리 시대의 생물권에는 해양성 조류가 번성하고 있는데, 이들은 태양빛을 이용하여 해수 중에 포함된 염소 이온을 염소 가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공기 중에 염소 가스가 존재하게 되면 오늘날의 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생물권이 감수해야 하는 이런 위험성도 20억년 전 무산소 대기 시절에 산소가 축적됨으로써 당시의 생물들이 겪었던 경험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보잘것 없는 사건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이런 전환기적 시기를 맞음으로써 그동안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수단이 되었던 메탄가스와 암모니아의 '담요'도 그 역할에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자유산소와 이런 기체들은 대기 속에서 서로 급속히 반응하기 때문에 산소가 축적되면서 이런 기체들의 최대 허용 농도가 일정 한도까지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대기 중에는 1억분의 1정도의 농도로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양은 지구를 따뜻하게 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양이 아닐 수 없다.
약 20억 년 전 산소가 대기 중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을 때 지구 생물권은 마치 침몰된 잠수함에 갇힌 선원들처럼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생물은 자신들의 파괴되고 손상된 부위를 재건해야만 했으며, 이와 동시에 공기 중에 유독성 가스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에 절대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발한 재능은 승리하고 위기는 마침내 극복되었다. 가이아는 과거의 질서를 회복하는 원상복구라는 인간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융통성으로 변화에 적응하여 살인적인 침입자를 유쾌한 친구로 바꾸는 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대기 중에 산소가 처음 나타난 사건은 초기의 생물들에게 거의 치명적인 재난이었다. 원시 생물권이 맹목적인 우연에 의해 지독한 추위와 격렬한 고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기아, 산도(acidity), 그리고 물질대사적 교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산소의 과잉 축적에 의한 중독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시 생물권이 그 당시에 이미 단순한 생물종의 나열 이상의 존재로 진화하기 시작했으며, 또 범지구적 조절능력을 체득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오늘날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존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과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미없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소에 대해 앞에서 했던 얘기는 1978년 시점에서는 거의 진실인 듯 싶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산소가 그렇게 갑자기 출현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아주 미량으로만 존재했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로 오늘날만큼 풍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생물들은 산소의 재난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도서명 : [가이아]
지은이 : 제임스 러브록
출판사 : 갈라파고스
*본문 내용 중에서 부분 발췌함.
이런 전환기적 시기를 맞음으로써 그동안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수단이 되었던 메탄가스와 암모니아의 '담요'도 그 역할에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자유산소와 이런 기체들은 대기 속에서 서로 급속히 반응하기 때문에 산소가 축적되면서 이런 기체들의 최대 허용 농도가 일정 한도까지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대기 중에는 1억분의 1정도의 농도로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양은 지구를 따뜻하게 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양이 아닐 수 없다.
약 20억 년 전 산소가 대기 중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을 때 지구 생물권은 마치 침몰된 잠수함에 갇힌 선원들처럼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생물은 자신들의 파괴되고 손상된 부위를 재건해야만 했으며, 이와 동시에 공기 중에 유독성 가스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에 절대적인 위협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발한 재능은 승리하고 위기는 마침내 극복되었다. 가이아는 과거의 질서를 회복하는 원상복구라는 인간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융통성으로 변화에 적응하여 살인적인 침입자를 유쾌한 친구로 바꾸는 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대기 중에 산소가 처음 나타난 사건은 초기의 생물들에게 거의 치명적인 재난이었다. 원시 생물권이 맹목적인 우연에 의해 지독한 추위와 격렬한 고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기아, 산도(acidity), 그리고 물질대사적 교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산소의 과잉 축적에 의한 중독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시 생물권이 그 당시에 이미 단순한 생물종의 나열 이상의 존재로 진화하기 시작했으며, 또 범지구적 조절능력을 체득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오늘날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존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과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미없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소에 대해 앞에서 했던 얘기는 1978년 시점에서는 거의 진실인 듯 싶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산소가 그렇게 갑자기 출현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아주 미량으로만 존재했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로 오늘날만큼 풍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생물들은 산소의 재난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도서명 : [가이아]
지은이 : 제임스 러브록
출판사 : 갈라파고스
*본문 내용 중에서 부분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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