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석은 아전 임술증의 아내 밀양박씨의 열녀비이다. 밀양박씨는 함양 안의 사람으로 일찍이 어버이를 여의고 조부모 아래 자랐다.열아홉 되던 해 병든 신랑 임술증과 혼인 약속을 지켜 결혼하였다. 남편이 사망하자 3년 상을 치른 다음 같은 날 같은 시에 약을 먹고 죽었다. 이 기막힌 가부장 문화가 시퍼렇게 살아 있던 시대는 불과 200여 년 전이다. 밀양박씨는 안의 현감으로 있던 박지원이 1793년 쓴 『열녀함양박씨전』의 실제 인물이다. 연암이 짚었던 과부의 재혼은 이로부터 약 100년이 흐른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허용된다. 우리의관념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관습 하나가 바뀌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이 열녀비는 1797년에 처음 세웠고, 2009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 처음 세웠던 곳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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