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여행자
야생의 여행자 공간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되었더라
요즘 ‘러닝’이 아주 유행이야. 달리기하면 나에겐 떠 오르는 하나의 기억이 있어. 손기정 선수와 참나무! 일제 강점기 베를린올림픽(1936)에서 부상으로 받은 독일 참나무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했거든.
손기정은 마라톤으로 암울했던 민족의 가슴에 영웅이 되었어.
건데 인류는 달리기를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시간을 저 멀리 선사시대로 돌려봐. 궁금하잖아~
250만 년 전 지구는 빙하기에 들어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어. 주로 채식을 하던 선사 인류에겐 커다란 위기가 닥쳤어.
이때 생존을 걸고 사냥하는 인류가 나타난 거야. 기후변화가 새로운 인류 종을 탄생시킨 거지.
190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한 인류―호모 에렉투스!
건데 사냥하려면 완벽하게 걷고 달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에렉투스 다리는 길어지고 팔은 짧아졌어. 몸의 비율이 러닝 체격에 맞게 쭈욱 늘어난 거지. 이건 빙하기를 이겨낸 자연선택인 거고~
이때부터 체형이 현생인류와 거의 같아졌다고 해. 아르디부터 루시, 하빌리스까지 두 발 걷기의 구부정하고 엉성한 과도기를 완전히 지나온 거야.
에렉투스 몸엔 털이 없어졌다고 해. 털은 동물의 체온 유지를 도울 뿐 아니라 몸의 보호막도 되잖아.
이 생존의 보호막을 왜 버렸을까? 황금을 버리고 다이아몬드를 얻었더라!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쉬울까?
에렉투스는 털을 버리고 피부의 땀샘으로 열을 조절하면서 지구력을 얻었어. 최초의 마라톤 선수가 된 순간이지. 손기정도 유전자를 물려받은……
그래서 몇 시간씩 사냥감을 쫓아 뛸 수 있었던 거고~ 10km는 거뜬하게 뛰었을 거라고 해.
포유동물은 온몸이 털로 덮여있어 땀을 배출하기 힘들잖아. 끝까지 따라가 체온 과부하로 탈진하면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거지.
현재 지구상에는 사피엔스만큼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동물은 없어. 100km 마라톤을 한다면 말도 낙타도 타조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이야. 그만큼 지구력이 강하다는 거야.
사냥으로 마라톤 선수가 된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간 최초의 인류가 되었어. 물론 지금은 사라지고 사피엔스인 우리만 남았지만 말이야.
에렉투스의 사냥도구는 주먹도끼야. 아직 창은 쓸 줄을 몰랐어. 하빌리스가 한쪽 면을 가공하여 거친 석기를 썼다면, 에렉투스는 양쪽 면을 정교하게 가공한 석기를 썼어.
이걸 아슐리안형 석기라고 하는데 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에서도 많이 발견되었어.
에렉투스가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를 무사히 건너온 생존 무기는 하나가 더 있어. 바로 불을 다루었다는 거야.
모든 동물이 화염과 함께 번지는 산불을 피해 달아날 때, 에렉투스는 그 불에 다가가 불씨를 살려내었어.
목숨을 건 호기심은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던가 봐!
덕분에 동굴이 얼마나 안온하고 밝아졌겠어? 불은 삶과 죽음을 통틀어 우리의 사회성에 깊은 영향을 끼쳤어. 인류 진화를 관통하는 집단 무의식에 하나의 원형으로 남았을 거야.
선사의 동굴 인류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경을 그려봐!
음식 조리, 난방, 놀이와 유희, 언어와 소통, 추상적 사고와 의례, 철기 제작, 그리고 우주 문명……
불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었고, 그 바탕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호모 에렉투스가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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