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한 그루가 성장하기까지
참나무 한 그루가 일생동안 떨어뜨리는 도토리는 수백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개중 새로운 참나무로 자라는 경우는 매우 적다 거의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다름없어서 그 확률은 대략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가을에 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진 뒤에도 나뭇잎은 한동안 나무에 매달려 있다. 그러다가 얼마 뒤에 떨어지면 바닥에 있는 열매를 보호해 준다. 멧돼지는 좋은 식량감인 도토리를 찾아 땅을 헤집고 다닌다. 멧돼지가 찾지 못한 도토리는 곧 발아해서 작은 뿌리를 형성하며, 겨울이 끝날 때까지 20센티미터 정도 자란다. 봄에 새싹이 나오고, 여름이 지나는 동안 새싹은 아주 작은 나무로 성장한다. 나뭇잎 대여섯 장과 눈 하나가 달려 있지만 아직 가지는 뻗지 못한 상태이다. 어린 식물은 애벌레나 초식 동물의 위협에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해를 넘겨 계속 성장해 가지를 뻗을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가지를 뻗은 나무는 퍽 아름다워 보이지만 동시에 노루의 관심과 식욕을 자극한다. 결국 어린 나무가 이후 10년 동안에도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심각한 위험요소이다.
[세상의 나무]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 지음, 이수영 옮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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