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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상림의 가치와 보전관리 - 마을숲과 공원의 차이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5-01 01:07:41     127

 

많은 사람이 우리의 마을숲을 공원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지방자치 행정의 책임이 크다. 공원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숲을 공원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자연문화유산을 스스로 몰아내는 일이다. 서양 마을숲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자. 서양의 마을숲은 고대 이집트의 장제신전, 그리스의 성림, 이탈리아 로마의 디아나숲 등이 있다. 신전 주위에 나무를 심어 그 자체로 신성한 숲이 되었다. 이러한 숲은 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제의의 공간이다. 서양 공원의 시작은 왕실의 수렵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예는 영국의 제임스 파크, 하이드 파크, 켄싱턴 가든, 프랑스의 볼로뉴 숲, 베르사유 숲, 독일의 티엘 가르텐 등이 있다. 런던의 하이드파크는 영국 왕실 소유의 정원을 공원으로 개방하였다. 스케일이 방대한 자연의 숲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서양의 직선적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인공이 가미되었다. 전 세계 공원의 효시가 된 뉴욕 센트럴파크는 처음부터 공원으로 설계되었다. 우리 마을숲의 개념과는 달리 인위적이다. 이 같은 공원은 지금도 도시민의 안녕과 휴식을 위한 생활공간이 되고 있다. 서양에서는 신앙적 공간과 생활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신앙의 공간은 오직 신전이었다. 그래서 자연물이나 숲은 언제나 이용의 대상이었다. 서양식 종교의 철학과 이념이 바탕에 깔려있다.

우리 마을숲은 신앙과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성과 속의 공간이다. 다양한 가치들이 마을공동체와 조화를 이루어 온 복합문화공간이다. 우리의 마을숲에서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놀이와 휴식이 이루어진다. 서양의 공원 같은 생활의 공간이다. 하지만 새해 초나 정월 대보름이 되면 하늘에 제의를 올리는 신성한 공간이 된다. 같은 공간이지만 이때는 신앙의 공간이다. 우리의 마을숲은 사람 냄새가 나는 정신·문화적 공간이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다. 여기에는 자연과 동화되는 우리의 고운 심성과 오랜 철학이 깃들어 있다. 원형적 사고에 바탕을 둔 일원론적 자연관이다. 그래서 자연동화(自然同火) 사상이다. 하지만 서양은 직선적 사고에 바탕을 둔 이원론적 자연관을 갖고 있다. 우리 마을숲은 왕가의 수렵원에서 비롯된 서양의 공원과는 철학적 바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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