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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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는 짝궁이더라 1
툭! 떼구르르~ 궁둥이 하얀 햇도토리 금방 엄마 품을 벗어났어요. 동글동글 탱탱한 눈동자가 보기에도 사랑스러워 한 알 주워봐요. 요맘때쯤 똑같은 행동을 자꾸만 반복하는 이유는 생명의 정수(精髓)라 그런가 보아요. 선사시대 DNA,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토실토실 가을이 익어가는 중이네요. 이맘때면 다람쥐가 배를 두드리며 포식을 하겠지요? 햇도토리를 까먹는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신통방통하군요. 얼마나 오랜 세월 견과류를 향한 이빨을 단련해 왔겠어요. 우리 기준으로 50년·100년이면 긴 세월이겠지만, 지질학적 진화의 시간으론 수십·수백만 년은 보통인걸요. 유전자가 바뀌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래요.
다람쥐는 먹다 남은 도토리를 땅속에 묻어 저장하잖아요. 어치는 도토리를 물고 멀리 날아가고요. 원앙이나 멧돼지는 냠냠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워요. 사람은 또 어떤가요? 그 많던 도토리는 먹힐 만큼 먹히고 나서야 후손을 기약할 수 있겠군요. 이처럼 큰 배포와 마음 넓은 집안이 또 있을까 싶으네요.
그럼 도토리를 가장 멀리 퍼뜨려 주는 동물은 누구일까요? 먹어 치우기만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다람쥐보단 어치의 손을 들어주어야겠네요. 하지만 도토리가 오랜 세월 다람쥐와 짝을 이룬 이유가 있을 거예요. 참나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람쥐의 식량 저장성과 깜빡거리는 생활 습성이었을 테니까요.
생태그물을 엮어내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공진화예요. 마주 보는 둘이서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 창과 방패에도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짝궁이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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