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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상림의 원앙 관찰기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7-14 07:51:51     196

 

함양상림의 원앙 관찰기

 

  1. 들어가기

함양상림은 원앙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참 좋은 자연환경이다. 무성한 연밭, 숲속의 한적한 개울, 참나무를 비롯한 고목의 숲, 그리고 위천의 자연환경이 탁월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림 연밭에서 지내면 맹금류나 야생동물에게 먹힐 위험 요소도 줄어든다. 도심 근처에 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늘상 붐비는 경관이라 역설적이게도 보호를 받는다. 또 연밭에는 물풀을 비롯해 풀씨, 수서곤충 같은 먹이가 많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그래서 상림에는 원앙이 많이 찾아와 번식하고 활동하게 된 것 같다.

봄철이면 쌍쌍이 몰려다니며 짝짓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여름 한 철이면 귀여운 원앙 가족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을에 혼인색의 깃털로 갈아입는 수컷의 화려한 모습과 큰 무리로 모여 있는 진귀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016년 가을에는 위천에 100여 마리의 원앙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상림의 귀한 생물성 풍경이라 할 만하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귀한 대접을 받는 새이다.

 

  1. 번식

원앙의 번식기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3월이 오면 벌써 상림 숲속의 개울, 위천 수원지, 연밭에서 원앙은 쌍쌍이 짝을 짓는다. 수컷은 화려한 혼인색으로 암컷을 유혹하지만,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암컷이다. 햇살이 따스한 날에는 구애의 행위가 농염해진다.


2017년 4월 4일, 오후의 햇살 아래 빈 연밭을 누비는 원앙 한 쌍


2017년 3월 30일 12시 무렵 그 찐~한 풍경을 확인하게 되었다. 세 마리의 수컷이 두 마리의 암컷을 향해 달려든다. 그러더니 각자 먹이활동에 집중한다. 잠시 뒤 또다시 수컷끼리 경쟁이 시작됐다. 암컷이 꼬리를 치켜드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숙이면서 구애의 소리를 낸다. 짧고 강하게 윅윅윅 하고 내는 소리의 주인공은 수컷으로 보인다. 채 10미터가 떨어지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가 이 흥미로운 풍경을 지켜보았다. 관찰 거리가 나무 가까웠는지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으려니 개울 위 안 보이는 곳으로 모두 올라가버린다. 암컷의 구애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또 다른 네 쌍의 원앙이 개울 아래쪽에서 보인다. 2019년 4월 16일에도 개울 곳곳에서 원앙들이 조용히 밀애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원앙 가족 (2016. 7. 12) ▶연잎이 올라오는 빈 연밭을 누비는 원앙 가족 (2016. 6. 7)


2018년 3월 28일 위천 강가의 마른 초목 사이로 파스텔톤 초록이 물감처럼 번지고 있다. 그 곁으로 무성하게 흐르는 강물이 어우러져 간절기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물가에는 원앙들이 쌍쌍으로 앉아있다. 잔뜩 깃을 세운 수컷의 자태가 화려한 조각 인형 같다. 과연 사랑의 계절답다.
2020년 3월 17일 사운정 연못 근처에서 원앙 소리가 들린다. 다가가 보니 나뭇가지에 두 쌍이 앉아있다. 암컷이 간헐적으로 소리를 낸다. 짝짓기 철이라 수컷을 유혹하는 생식음 같다. 나무 위에서는 보지 못하던 귀한 장면이다. 봄 한철 원앙들은 상림의 숲을 찾는 것 같다. 새끼를 키울 둥지도 알아보고 번식을 위한 준비 활동일 것이다.

2018년 5월 17일 위천에 수컷 원앙만 여섯 마리 모여 있다. 저들끼리 장난도 치면서 몰려다닌다. 좀 더 살펴보니 암컷이 한 마리 섞여 있다.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수컷들이 암컷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암수 한 쌍이 따로 다니더니 갑자기 숲으로 날아간다. 이들은 확실한 짝을 만났나 보다.

2016년 6월 7일 연밭에서 화려한 수컷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원앙 한 쌍을 본다. 아직 짝짓기 계절은 끝나지 않았다. 가끔은 짝을 만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녀석도 있다. 2019년 6월 5일 천년교 아래 위천에서 수컷 원앙 한 마리가 한동안 혼자 노니는 것을 본다. 저 원앙은 외토리 같다.


◀감나무 고목 그루터기에 앉아있는 원앙 한 쌍 (2018. 4. 11) ○숲속의 원앙 한 쌍 (2020. 3. 17)
▶감나무 고목 그루터기에서 고개를 내밀고 경계하는 암컷 원앙 (2021. 5. 3)


동쪽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숲 중간쯤에 상림에서 제일 큰 나무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다. 여기에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곳곳에 딱따구리가 판 것 같은 구멍이 있고 굵은 가지가 잘린 그루터기도 하나 있다. 이 감나무에 뭔가 있을 거 같아 계속 지켜보았다. 몇 해 전에 원앙 한 쌍이 가지가 잘린 그루터기에 앉아있기도 했다. 2021년 5월 3일 커다란 그루터기 구멍 위에 뭔가 둥그렇고 흰 게 비치는 것을 발견했다. 이파리 사이로 자세히 쳐다보니 원앙 암컷이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세상에나 이게 웬 횡재냐!”

한참을 사진을 찍으며 쳐다보고 있어도 경계할 뿐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북쪽 숲을 한 바퀴 돌아오니 자리를 뜨고 없다. 그 뒤로 다시는 원앙을 보지 못해 이곳에서 원앙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웠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곳이 원앙 둥지일 거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다른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원앙이 새끼를 키웠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원앙이 새끼를 키우는 둥지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천년교 수원지를 누비는 비번식기의 수컷 원앙 (2017. 8. 12) ○깃털이 변하고 있는 수컷 청년 원앙(2019. 8. 5)
▶번식기의 혼인색을 입은 수컷 원앙 (2020. 3. 19)

 

  1. 먹이

원앙은 식욕이 대단히 왕성한 잡식성인 것 같다. 물풀, 풀씨, 도토리, 곤충, 지렁이, 개구리를 가리지 않는다. 한창 생장하는 여름날이면 하루 종일 먹고 쉬는 것이 일과이다. 연밭에는 물풀을 비롯해 수서곤충 같은 먹이가 많다. 원앙은 개구리밥 같은 물풀을 잘 걷어 먹는다. 물달개비, 부레옥잠 잎도 곧잘 뜯어 먹는다. 연잎 줄기에 붙은 벌레들을 쪼아먹기도 한다. 땅 위로 드러난 연뿌리도 먹는다. 둑으로 올라와서는 바랭이, 둑새풀 등의 풀씨를 훑어 먹는다. 땅바닥에 내려앉은 미색 꽃잎처럼 보이는 갈색날개매미충도 잡아먹는다.

2019년 8월 20일 원앙 3마리가 동쪽 산책로 아래에서 일찍 떨어진 졸참나무 풋도토리를 주워 먹고 있다. 둥글고 매끄러운 껍질 때문에 한 번에 넘기지 못해 부리를 바이브레이션 떨듯 빠르게 움직이다 떨어뜨리기도 한다. 어느 책에서 원앙이 도토리를 좋아한다는 글을 읽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 뒤로 풍성한 가을에도 원앙이 도토리를 주워 먹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2018년 10월 29일 숲속 개울에 원앙 소리가 왁자지껄 들린다. 연신 깍깍거린다. 꽤 많은 무리가 모여 있다. 도토리가 다 떨어지고 난 뒤에 모여드는 걸 보면 상림에 도토리를 먹기 위해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원앙이 지렁이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2019년 6월 11일 화수정 바로 앞 연밭 둑에서 원앙 가족을 만났다. 새끼가 13마리다. 수컷 두 마리는 다가가자 숲으로 날아가버린다. 씨앗이 여문 둑새풀을 걷어 먹기도 하고 납작 엎드린 채 쉬기도 한다. 엄마는 잔뜩 웅크린 채 경계를 서고 있다. 조금 뒤 9마리는 몸을 한번 쭉 뻗은 뒤 엄마를 따라가고 네 마리는 뒤처져 남았다. 납작 엎드려 퍼질러 있는 모습이 아픈 것처럼 보인다. 한창 클 때라 그런지 털도 삐죽하게 빠지고 말라 보인다. 바로 위에서 사진을 찍고 지나치다가 되돌아보니 다급하게 삑삑삑삑~ 소리를 내며 엄마를 따라간다.


◀장마철 숲속에서 지렁이를 물고 나와 먹고 있는 새끼 원앙 (2019. 6. 11)
▶숲속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 원앙 (2016. 8. 24)


이 가족이 잠시 뒤에 산책로로 나오다 빗물을 맡고 나온 지렁이를 발견했다. 숲 안쪽에는 지렁이가 많고 새끼들은 경쟁적으로 달려가 주워 먹기에 바쁘다. 엄마는 경계라인 기둥 위에 올라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단백의 맛난 음식을 자식에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똑 같은가 보다.

2016년 8월 24일에는 무척이나 놀라운 원앙의 먹이활동을 지켜보았다. 수컷 원앙 한 마리가 숲속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힘에 버거운 듯 도망가지 못하도록 힘겹게 물고는 꽤 오랜 시간을 끌더니 꿀꺽 삼킨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며칠 전에 KBS 환경스페셜에서도 원앙이 커다란 개구리를 잡아먹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야생은 한 치의 틈도 한가한 식도락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사정이 그러니 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소화 시키는 능력이 생겼나보다.

 

  1. 활동

2018년 4월 11일 숲속 고목 위에 쌍쌍이 앉아있는 원앙을 본다. 원앙은 참나무 같은 고목 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엄마를 따라 연밭으로 나온다. 5월부터 시작하여 여름 연밭에서는 뽀송뽀송 귀여운 원앙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시기의 원앙 가족은 사람의 눈길을 꺼리지 않는다. 지척에서 눈을 맞대고 바라볼 수 있다. 어린 새끼를 가진 야생동물이 사람의 눈길을 꺼리지 않는 것도 참 특이한 일이다. “주민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림의 분위기에 적응한 탓일까?”

2019년 5월 31일 북쪽 물레방아 앞 연밭을 거닐다가 솜털이 뽀송한 원앙가족을 만났다. 어린 것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가 금방 솟구쳐오르며 물 위를 우사인 볼트처럼 달린다. 그 풋풋한 생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돈다.

그렇게 한바탕 요란을 떨더니 엄마따라 연밭 둑으로 올라온다. 저마다 고개를 뒤틀고 한껏 가로저으면서 깃털을 고른다. 그것도 잠시 저희들끼리 다닥다닥 모여 앉더니 연방 눈을 꿈뻑거리며 새우잠을 잔다. 엄마도 곁에서 눈을 껌뻑이며 우두커니 쉬고 있다.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세어보니 새끼가 10마리다. 새끼를 키우는 엄마는 늘 주위를 경계한다. 새끼들이 먹이를 먹거나 놀거나 휴식할 때에도 늘상 그렇다. 2018년 6월 19일 새끼들이 먹이를 먹으며 진행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엄마도 천천히 걷고 있다. 모성이다.

2018년 6월 3일 새끼원앙 11마리가 연밭에서 사운정 옆 연못으로 엄마따라 산책로를 넘어간다. 태어난 지 1달 가까이 된 것 같다. 물에 들어가더니 굉장히 빠른 몸놀림으로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몇 초 뒤에 나오기도 하고 물 위를 다다다 걸어 다니기도 한다. 이 작은 연못은 원앙들의 풀장이 되고 있다. 눈에 잘 띄니 관찰하기에도 퍽 좋다.

아주 작은 새끼들도 혼자 다니며 먹이활동 하는 것이 보인다. 새끼 원앙은 둥지를 뛰어내리는 순간부터 엄마가 먹이 있는 물가로 안내만 해주면 먹을 것은 알아서 찾아 먹는다. 연밭에는 먹을 것이 많다. 홀로 떨어진 새끼는 무리를 찾아 삐삐 소리를 낸다. 엄마를 찾는 두려움의 소리 같다.

2016년 8월 13일 청년 원앙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먹으려고 몸을 한껏 낮추고 달려간다. 사춘기의 솟구치는 힘을 어쩌지 못해 만용을 부려보는 것 같기도 해 웃음이 난다.


◀연밭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새끼 원앙들 (2016. 8. 15) ▶연밭 둑에 나와 쉬고 있는 원앙들 (2019. 6. 30)


8월 한여름 땡볕에는 만물이 지치기 마련이다. 이때 잎이 무성한 연밭은 원앙들이 쉴 수 있는 좋은 휴식처이다. 늦게 태어난 새끼원앙들이 무더위를 피해 연밭공원 돌다리에 앉아 쉬고 있다.
2016년 10월 16일 비 오는 날 숲 개울에서 원앙들이 비를 맞고 있다. 돌 위에 앉아 있거나 그냥 물 위에 떠 있다. 야생의 삶이란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다. 화려한 수컷의 자태가 큼큼한 숲속에선 더욱 돋보인다.

2019년 3월 10일 간밤에 내린 비에 위천이 많이 불었다. 대죽교 아래 보에 원앙들이 모여 있다. 2020년 3월 23일 역사인물공원 위쪽 풀숲에 적당히 가려지는 위천에서도 원앙 30여 마리가 모여있는 것을 본다. 짝짓기 계절에도 무리를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기간이라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대략 8~9월이면 새끼 원앙들은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것 같다. 날개에도 힘이 생겨 연밭 사이로 무시로 날아다니고 무리 지어 창공을 비행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보면 원앙은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는 주로 무리생활을 하는 것 같다.

 

  1. 목욕

원앙이 목욕하는 모습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원앙이 목욕하는 풍경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앙은 추운 날보다는 따뜻한 날을 가려서 목욕한다. “당연한 것 아닐까?”
2017년 4월 2일 햇볕이 따스한 날 오후 3시경 빈 연밭에 원앙들이 여러 쌍 모여 있다. 암수 모두 빠르게 물속으로 몸을 담그는 행동을 한다. 머리를 물속으로 처박으며 날갯짓을 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 몸을 높이 세우고 날개를 턴다. 원앙들이 목욕하는 장면이다. 날개 소리가 가파르게 후두둑거린다. 5월 말 상림 북쪽 물레방아 앞 연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2021년 7월 10일에는 장마가 지나고 땡볕이 나왔다. 숲속 개울에서 암컷 원앙 두 마리가 물을 홈빡 뒤집어쓰면서 목욕하는 장면을 본다. 날갯짓이 요란하니 물보라도 크게 일어난다. “무척 더운가 보다.”


◁따뜻한 겨울날 날갯짓 하는 원앙 (2020. 2. 16) ○위천에서 목욕하는 원앙 (2021. 5. 21)
▷더워진 날씨에 숲속 개울에서 목욕하는 원앙 (2021. 7. 10)


2016년 8월 15일 새끼 원앙들이 물 위에서 우사인볼트처럼 달리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다. 물장난을 치는 것 같다. 몸을 뒤틀면서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았다가 돌아 나오면서 펄쩍 뛰는데 배가 하얗게 뒤집어진다. 무더운 열기를 식히면서도 솟구치는 열정은 어쩌지 못한다. “확산하는 에너지 탓이리라”
2016년 10월 12일 한낮 숲속 개울에 수십 마리 원앙이 모여 퍼덕이며 물장구를 치고 있다. 사람들의 인기척이 약간 먼 곳이다. 가을날의 이러한 행위는 어디론가 이동을 위한 의식으로 몸단장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집단 목욕 장면일까?

 

  1. 탈바꿈 & 이동

8월에 들어서면 수컷 원앙은 화려한 탈바꿈을 시작한다. 9월 중순이 되면 완전히 옷을 갈아입는다. 2019년 8월 5일 원앙 3마리가 연밭공원 돌다리 위에 서 있다. 수컷 원앙은 부리가 옅은 자줏빛이 나고 뒷머리 깃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날개 쪽의 색도 조금 붉은빛이 돈다.
가을이 되면 훌쩍 자란 원앙들은 가족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 쌍을 짓거나 서너 마리씩 연밭 위를 깍깍거리며 날아다니기도 한다. 지척에서 마주 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하던 원앙은 이제 눈빛이 달라진다. 연밭에서 모습을 감추며 거리를 두고 경계심이 강해진다. 야생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2016년 9월 28일 비 오는 천년교 보 아래에 원앙들이 떼로 모여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본다. 수컷 원앙의 깃털은 이미 변해 있다. 대략 세어보니 100여 마리 정도이다. 참 놀라운 풍경이다. 가을이면 이렇게 모여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모양이다. 10월 12일에도 천년교 근처에서 큰 무리를 보았다. 이때쯤 숲속 개울(10월 24일)에도 모여 있었다. 11월 14일에는 위천에 50여 마리가 다시 찾아왔다. 2017년 10월 27일 천년교 위쪽 수원지에서도 떼로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상림에서 보지 이런 풍경을 다시는 못했다.


가을날 위천 수원지 위를 날고 있는 원앙들 (2016. 10. 17)


가을날 위천 가에 무리 지어 앉아있는 원앙들 (2017. 10. 27)


겨울에는 상림에 원앙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 작은 집단으로 몰려와 한적한 상수원 연못에서 볕 바라기를 한다. 오후 볕이 드는 축대 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언 몸을 녹이기도 한다.
2019년 1월 11일 늦은 오후 날씨가 풀리니 위천에 원앙이 떼로 몰려왔다. 같은 해 1월 31일에도 천년교 아래에서 원앙무리를 본다. 어떨 때는 역사인물공원 곁에 있는 상수원 연못에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들과 함께 모여 있기도 한다. 2017년 1월 25일 원앙과 청둥오리가 100여 마리 정도 모여 있는 것을 본다. 상수원 연못 둑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때의 원앙들은 어딘가 가까운 곳에서 상림으로 이동해 가면서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는 이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1. 나가기

관찰을 시작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상림 연밭에 원앙이 새끼를 키우며 활발하게 활동을 한 것으로 짐작한다. 2016년에 직접 확인한 원앙은 3가족이었다 어미가 각각 새끼를 12마리와 11마리 그리고 5마리씩 데리고 다녔다. 2018년에도 연밭에 원앙이 많이 보였다. 7월 중순 한꺼번에 20~30마리가 모여 있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중순부터 연밭을 메우고 경관 작물을 심으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여름 한 철 원앙이 새끼를 키우며 지척에서 방문객들과 눈맞춤을 하던 그 보금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상림 북쪽 조금 남은 연밭에서 본 원앙 가족 (2021. 6. 6)


2020년 4월 15일 물을 댄 연밭공원에 원앙 한 쌍이 왔다. 연밭이 사라지고 있어 애처롭지만 반갑다. 연밭공원은 관광객들을 위해 주차장 가까운 곳에 꾸며놓은 연밭경관단지이다. 이제 연밭이 없어지면 상림의 숲에 원앙들이 예전처럼 둥지를 틀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연밭을 다 메우고 나니 2020년 봄부터는 귀여운 새끼를 달고 다니는 원앙 가족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위천이나 연밭공원, 숲속 개울에서 몇 마리씩 보이는 원앙이 전부다. 2020년 6월 21일 연밭이 변해서 생긴 메밀밭에 우두커니 앉은 암컷 원앙 두 마리를 본다.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저들도 그런가 보다.”

2021년 6월 6일 숲의 북쪽에 아주 조금 남은 연밭에서 새끼 3마리를 데리고 있는 원앙 가족을 본다. 너무나 반갑고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다. “힘겨운 상림의 숲에서 올해도 둥지를 틀었구나!” 2016년의 화려했던 원앙들의 활동에 비하면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개체수가 줄어든 것도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확 줄어든 것도 숲 주변의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함양상림에서도 원앙이 텃새로 꾸준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2021년 7월 14일

작성자 ; 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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