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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도 패가망신하는구나!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5-09-03 0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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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 모롱이 돌아서니 칡꽃 향이 코를 간지럽히네요. 발아래엔 바알간 향기 자국들이 후둑~ 후두둑~ 초가을 숲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향수예요.
칡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도 살아가는 무시무시한 을목(乙木)의 실력자예요. 을목은 부드럽게 뻗어나가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끈적한 능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믿는 구석이 있어야 힘도 쓰는 법, 땅속 깊이 박혀 있는 굵고 길쭉한 덩이뿌리가 든든한 뒷배를 봐주고 있으니. 칡넝쿨은 거칠 것이 없겠네요.
칡은 잎줄기에서 만든 영양분을 겨우내 뿌리에 저장해 두어요. 가진 것이 많으면 담장을 높이고 금고를 들여야 해요. 칡뿌리는 그래서 땅속 깊이 틀어박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릴 적 햇살 따스한 겨울날 괭이를 메고 칡을 캐러 나갔어요. 계절을 무성하게 뒤덮으며 모아놓은 재산이 송두리째 털리는 날이지요. “아차~ 을목의 실력자도 패가망신할 때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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