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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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인간의 생명줄, 물
인간에게 생존보다 강한 욕구는 없고, 지구상에 물보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은 없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물을 민영화하려는 욕심을 부리며, 물을 놓고 생사가 걸린 싸움을 한다. 자본가는 물을 민영화하려는 꿈을 버리지 않으며, 물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물은 기업의 상품이 될 수 없고, 비즈니스 대상으로 통제될 수도 없다. 인간은 모두 물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누구나 물을 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나는 서구사회의 농업 관련 산업이 자연을 얼마나 많이 훼손했는지를 목격한 바 있다.
그들은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땅이란 모두 농경지로 바꾸고 있다. 하천은 인위적으로 물길이 바뀌어 우리 눈앞에서 말라가고 있으며, 황무지는 개간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되어 농경지가 되고 있다. (골프장과 경마장, 인위적으로 조성된 교외의 잔디밭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관개수로가 건설되어 더운 날이나 바람이 심한 날에는 수천 갤런의 소중한 물이 증발해버리고 있다. 목화 산업 때문에 미국 남부지역의 자연습지는 사라져 가고 있다. 살충제가 대량 살포된 작물에 공급된 물은 흘러갈 곳이 없다. 결국 이 물은 펌프로 퍼내어져 불결하고 유해한 상태로 토양에 흡수되어 다른 땅을 불모지로 만든다. 이런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얼마나 등골 오싹한 상태인가!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길을 찾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 10억 명의 사람은 집에서 15분 이상을 걸어가야만 물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에서 여성이 물을 길어나르느라 허비한 시간은 연간 400억 시간이나 된다.
아프리카에서 한 가정은 평균적으로 매일 대략 5갤런(19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미국 가정은 평균적으로 매일 250갤런(946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하며, 아프리카 여성처럼 물을 길러 멀리 다니지도 않는다.
물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예측이 있다. 정말로 그럴까? 사실, 물을 얻기 위한 전쟁은 언제나 있어왔다. 성경에는 물을 놓고 벌이는 전쟁에 관한 언급이 많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중동의 권력 다툼은 물을 놓고 벌어졌다.
1967년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 벌어진 ‘6일 전쟁’은 물에 대한 접근을 놓고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웨스트 뱅크를 점령한 후 산악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하고 있는 지층. 역주)과 요르단 강 유역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의 79%를 사용하고 있다. 요즘 중동 분쟁은 특정 지역을 놓고 발생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 지역 밑으로 흐르는, 또는 그 지역으로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물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부는 권력을 쫓고 권력은 물을 쫓는다. 최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내게 “우리는 전례가 없었던 일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물은 더 이상 아래로 흐르지 않습니다. 물은 돈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 물은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춘(Fortune)』에는 “물을 가장 규모가 큰 비즈니스 기회 중 하나이다. 20세기에 석유가 했던 역할을 21세기에 물이 할 것이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코카콜라의 1993년도 사업보고서에는 “코카콜라 가족 모두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전 세계의 56억 명이나 되는 인구가 갈증에 시달릴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때가 왔을 때, 이 56억 명이 코카콜라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다면 우리의 성공은 영원히 보장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이 시장을 확보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코카콜라는 십여 개의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다사니, 에비앙, 호주에서 펌프, 영국에서 맬번이라는 생수 브랜드를 생산한다. 경쟁사인 펩시도 역시 생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네슬레는 국제적으로 77개 브랜드를 보유해 생수시장에서 이 두 회사를 앞지르고 있다.
물은 미래의 우리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갈되는 수자원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하고, 자연에서 얻는 신선한 물은 군대가 보호해야 할 자원이 될 것이다. 물총에 넣을 물조차 값비싼 귀금속인 백금의 가격보다 오르고, 시위 진압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할 엄두를 재지 못한 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한 가지는 그나마 나쁜 일이 아니다.) 우산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도도(dodo)새가 멸종되었듯이 자연에서 얻는 깨끗한 물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행히, 21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정치적 반격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나친 중앙권력을 지양하고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와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 혁명은 지역사회의 생활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나 바이어, 엑손과 같은 기업이 꿈조차 꿀 수 없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다.
이 사람들은 일생에 열 번 정도 사용하게 되는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란 자신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경제적 운명도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들은 경제적 국제화가 세계 도처의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훔쳐가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한다.
이 책은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 문제를 탐구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몇 가지 해결책을 확인하고 널리 알리려는 작은 노력의 산물이다.
갈증이 나는가?
『지구의 생명 물의 위기』
에니타 로딕. 브룩 셀비 빅스 편저 | 황해선 옮김
시간과 공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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