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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감각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5-01 08:22:14     75

 

당신이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새로운 동물 종을 창조하였고, 그 동물에게 단지 하나의 감각계만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감각계를 줄 것인가?

처음에는 시각 또는 청각이 인간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 중에 하나를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감각계만을 가진 동물이 인간과 같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생존하기 위해서 그 동물은 작고 느려야 할 것이고, 아마도 단세포 생물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동물에게는 어떤 감각이 가장 유용하겠는가?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최초의 동물이 가졌던 최초의 감각계는 화학적 민감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동물은 화학적 감각을 이용하여 음식물을 찾고, 위험한 대상을 식별하며, 짝지을 상대자를 탐색하는 기본적인 일을 수행한다.

이제 당신이 버려야 할 감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떤 감각을 포기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 청각, 또는 촉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동통감각을 잃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마도 냄새나 맛을 희생시키려고 할 것이다.

묘한 문제 아닌가? 동물이 한 가지 감각만을 가지고 생존하려고 한다면 화학적 감각을 가져야 하지만 잘 발달된 여러 감각을 가진 인간의 경우에는 화학적 감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화학적 감각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화학적 부호화에 대한 일반적 논점

 

당신이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고,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재료 공급자에게 자주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제과점 지붕 위에 있는 3개의 큰 종을 울리는 것만으로 교신을 해야 한다고 하자. 당신은 어떤 부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가능한 일은 3개의 종에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높은 음의 종은 ‘밀가루가 필요함’, 중간 음의 종은 ‘설탕이 필요함’, 그리고 낮은 음의 종은 ‘계란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것이 필요할 때 해당하는 종을 울리기만 하면 된다. 어떤 물품이 더 많이 필요하면 종을 더 빨리 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각각의 종이 하나의 변하지 않는 부호를 갖기 때문에 지정선 부호(labeled-line code)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 간단한 부호는 단지 밀가루, 설탕, 그리고 계란에 대한 신호만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방법은 세 가지 종 사이의 관계에 의거하여 보호를 설정하는 것이다. 높은 음과 중간 음의 종을 함께 울리면 밀가루가, 중간 음과 낮은 음의 종을 울리면 설탕이, 그리고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종을 함께 치면 계란이 필요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니랄 엑스가 필요하면 3개의 종을 함께 칠 수 있을 것이고, 헤이즐넛이 필요하면 높은 음의 종은 세게 치고 다른 두 개의 종은 약하게 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종들 사이의 패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부호화 방식을 섬유간 패턴 부호(across-fiber pattern code)라 한다. 이 부호화 방식은 너무 복잡하지 않게만 만들면 융통성 있고 매우 유용하다.

이론적으로 하나의 감각계는 이 두 가지 부호화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정선 원리(labeled-line priciple)에 의존하는 감각계에서 각 수용기는 제한된 범위의 자극에 반응하고 뇌로 직접 신호를 전달한다. 섬유간 패턴 원리(across-fiber pattern priciple)를 이용하는 감각계에서 각 수용기는 광범위한 자극에 반응하고 각 자극을 지각하는 과정에 부분적으로 기여한다.

다시 말해서, 뇌가 동시에 다른 축색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 하나의 축색에서 일어나는 특정 반응은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한다.

척추동물의 감각계에는 어떤 순수한 지정선 부호도 없을 것이다. 한 뉴런의 반응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뇌는 반응의 조합을 통해 보다 나은 정보를 취한다. 색채지각에서 섬유 간 패턴 부호의 본보기를 찾을 수 있다. 색채에 민감한 각 세포는 특정 자극에 가장 잘 반응하지만 다른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맥락을 벗어나면 그 세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서 중파장 추상체는 중간 밝기의 녹색광, 더 밝은 청색광, 또는 백색광에 대해서 동일한 수준의 반응을 보인다. 청각의 음고 지각에서 유모세포 수용기의 반응은 미세하게 동조되어 있지만, 이 경우에도 특정 수용기의 반응이 갖는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특정 수용기는 특정 고주파 음조에 가장 잘 반응하지만 많은 저주파 음조에도 동조되어 반응할 수도 있다. 또한 각각의 수용기들은 백색 소음이나 다양한 음조가 혼합된 자극에도 반응한다. 그러므로 청지각은 모든 수용기에 걸쳐서 일어나는 반응의 조합에 의존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미각과 냄새 자극 또한 여러 종류의 수용기를 흥분시키고, 특정 수용기에서 일어나는 특정 반응의 의미는 다른 수용기들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화학적 감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다른 감각에 대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우리가 미각과 냄새를 어떻게 부호화하는가 또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아주 기초적인 의문에 대한 결론에 대해서도 시각이나 청각에 대한 것만큼의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미각

 

음식의 미각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미각과 후각의 조합에 의해 생성되는 맛이다. 미각이란 미뢰의 자각을 의미한다. 미뢰를 상실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미각을 잃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에서는 후각에 결함이 있다. 우리가 온전한 감각을 느끼는 데 아주 많은 미각 수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혀의 대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도 미각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감각의 강도가 상실된다는 점이다.

 

미각 수용기

 

미각을 받아들이는 수용기는 뉴런이 아니라 변화된 피부세포이다. 뉴런과 마찬가지로 미각 수용기도 흥분 가능한 막을 가지며, 인접하는 뉴런을 흥분시켜 정보를 뇌로 전달하도록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그러나 피부 세포처럼 미각 수용기도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대체되는데, 각 수용기는 10일 내지 14일 동안 유지된다.

포유동물의 미각 수용기는 혀 표면의 구조인 유두(papillae)에 위치하는 미뢰(taste bud)에 있다. 하나의 유두에는 0~10여 개의 미뢰가 있으며, 각 미뢰에는 약 50개의 수용기 세포가 있다.

성인에 있어서 미뢰는 주로 혀의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 배열되어 있고 중앙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면봉을 설탕물, 소금물, 또는 식초에 적셔서 혀의 중앙부에 살짝 대어보면 아무런 미각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에는 혀의 가장자리에 대어보고 미각이 얼마나 강한지 느껴보라.

이제 절차를 조금 바꾸어 물로 입을 헹구고 이전과 동일하게 면봉을 준비한다. 적신 면봉을 혀의 가장자리에 대고 중앙으로 천천히 문지르면서 이동하라. 혀의 중앙으로 미각이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혀의 중앙에서는 촉각만을 느끼는데, 혀의 가장자리 부위에 가한 미각이 면봉으로 문지른 모든 곳에서도 느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각 수용기의 종류는 얼마나 되나

 

전통적으로 서구인들은 단맛, 신맛, 짠맛, 그리고 쓴맛을 ‘일차(primary)’미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떤 미각은 이러한 네 가지 명칭으로 범주화시킬 수 없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미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미각 수용기의 유형에 대한 다른 행동적 증거가 다음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혀를 달지 않은 레몬주스와 같은 신 용액에 15초 동안 담가라. 그 다음 묽은 식초와 같은 다른 종류의 신맛이 나는 용액의 맛을 보라. 두 번째 용액의 신맛이 평소보다 약하게 느껴질 것이다. 레몬주스와 식초의 농도에 따라서는 두 번째 용액에서는 신맛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순응(adaptation)이라는 이 현상은 신맛에 민감한 수용기가 피로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짠맛, 단맛, 그리고 쓴맛을 보라. 평소와 다름없이 각 물질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맛에 노출된 다음에 다른 맛에 대한 반응이 감소되는 교차순응(cross-adaptation)을 거의 경험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이 적어도 4가지의 미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증거들이 5번째 미각 수용기의 존재를 시사하였고, 실제로 연구자들이 모노소듐 글루탐산, 육류, 그리고 수프에 함유되어 있는 글루탐산(MSG)에 대한 5번째 미각 수용기를 찾아내었다. 글루탐산의 맛은 소금 간을 하지 않은 닭고기 수프의 맛과 비슷하다. 영어에는 이 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은 우마미(umami)라는 일본어 단어로 이 맛을 기술한다.

 

미각 수용기의 기제

 

신경과학자들이 미각 수용기를 찾아내고 그 특성을 기술하기 시작하였다. 그 중 하나는 짠맛 탐지기이다. 나트륨 이온이 막을 통과할 때 뉴런에서 활동진위가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나트륨의 존재를 탐지하는 짠맛 수용기는 나트륨에 민감한 전문화된 막 부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혀 위의 나트륨이 세포막을 통과하도록 할 뿐이다. 혀 위의 나트륨 농도가 높을수록 반응하는 수용기의 수도 많아진다. 나트륨이 막을 통과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아밀로라이드와 같은 화학물질은 짠맛의 강도를 감소시킨다.

신맛 수용기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산이 수용기와 결합하면 칼슘 통로가 닫히고 칼슘이 세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뉴런 내에 양이온이 축적되어 막에 탈분극이 일어난다.

단맛, 쓴맛, 그리고 우마미 수용기는 대사성 시냅스와 유사하게 작용한다. 하나의 분자가 하나의 수용기와 결합하면 G-단백질이 활성화되어 세포 내에서 2차 전령을 방출한다.

쓴 감각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신맛(산), 짠맛(나트륨 이온), 또는 우마미(글루탐산)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기술하기는 쉽다. 단맛은 좀 더 어렵다. 그것은 천연의 설탕뿐 아니라 사카린이나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 화학물질도 단맛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쓴맛을 내는 물질에는 거의 모두가 독소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별로 없는 많은 종류의 물질이 포함된다. 어떤 수용기가 그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화학물질을 탐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단일의 쓴맛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40~80개에 달하는 수용기군을 가지고 있다. 쓴맛에 민감한 대부분의 미각 세포는 40~80개에 이르는 모든 수용기가 아니라 그 중 몇 개의 수용기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작용 방식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우리의 뇌는 하나의 쓴맛을 다른 쓴맛과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아주 많은 쓴맛 수용기를 가지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다양한 위험한 화학물질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각 유형의 쓴맛 수용기가 소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신맛이나 짠맛에서와는 달리 쓴맛을 내는 물질의 농도가 아주 낮을 때에는 우리가 그것을 탐지하지 못한다.

 

뇌에서의 미각 부호화

 

다섯 종류의 수용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뇌로 연결되는 5개의 지정선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구 결과는 더욱 복잡한 체계를 시사한다. 수용기의 정보는 미각계의 그 다음 세포로 수렴되고, 각각의 세포들은 특정 맛에 가장 잘 반응하지만 다른 맛에도 어느 정도 반응한다. 뇌는 여러 종류의 미각 뉴런들의 반응을 비교한 후에야 비로소 혀가 어떤 맛을 보았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미각은 섬유간 반응패턴에 따라 결정된다.

혀의 앞쪽 2/3에 있는 수용기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7번 뇌신경(안면신경)의 한 가지인 고삭신경(chorda tympani)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 혀의 후측과 목구멍에서 들어오는 미각 정보는 9번 및 10번 뇌신경의 가지를 통해 전달된다. 고삭신경이 마취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혀의 전측에서는 어떤 맛도 볼 수 없지만 후측에서는 여전히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전측에서 일어난 일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혀의 후측은 쓴맛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민감해지고 대부분의 다른 맛에도 다소 민감해지지만 짠맛에 대한 민감도는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 다루었던 환상지와 비슷한 ‘환상’ 미각을 경험할 확률이 약 40%정도 된다. 즉 혀에 아무 것도 없을 때에도 미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혀의 전측과 후측에서 들어온 정보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전측을 억제하면 후측이 억제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미각을 느끼게 된다.

미각 신경은 연수의 한 구조인 고속로핵(nucleus of the tractus solitarius; NTS)으로 투사된다. 고속로핵에서 나온 정보는 분지되어 뇌교, 외측 시상하부, 편도체, 복후측 시상, 그리고 대뇌피질의 두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 둘 중 하나인 체감각각피질은 혀 자극의 촉각적 측면에 반응한다. 도(insular)라고 하는 다른 영역이 바로 일차 미각피질이다. 이상하게도 피질의 각 뇌반구는 혀의 동측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와 달리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에 있어서 각 뇌반구는 대부분의 정보를 대측에서 받는다.    

 

미각의 개인차

 

생물학 교사가 당신에게 페닐타이오요소(phenythiocar-bamide; PTC)의 맛을 보고 친척들을 대상으로도 맛을 시험해 보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그 맛이 쓰다고 하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 맛을 느끼는 능력은 단일 우성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유전학 연구를 위한 흥미로운 사례가 된다.(교사가 PTC에 약간의 독성이 있다는 말을 하였는가?)

몇 십 년 동안, 이런 차이는 흥미롭고도 유전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개인차로 널리 연구되었고, 여러 개체군에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각자(nontaster)의 비율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가 있다. 무미각자의 비율이 요리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통계 수치상으로는 어떤 뚜렷한 관계도 없었다. 예컨대 무미각자가 인도에는 많은 반면에 멕시코에는 적었지만, 두 나라 모두 음식에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에도 이런 사람이 많지만 이 나라의 음식은 담백하다.

1990년대에 연구자들은 PTC에 둔감한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쓴맛, 신맛, 짠맛 등 다른 맛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둔감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반대쪽 극단에 포함되는 초미각자(supertaster)는 모든 미각에 극도로 민감할 뿐 아니라 고추, 지방의 질감, 그리고 입의 감각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들은 블랙커피, 강한 맥주, 매운 고추, 레몬이나 자몽과 같이 시큼한 과일, 흑빵(dark bread), 그리고 싹눈양배추(brussels sprout), 꽃양배추(cauliflower), 양배추, 무와 같이 맛이 강한 채소를 먹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식 선호성은 문화와 다양한 음식에 대한 친숙성에 따라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맛이 강한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여 자신이 초미각자인지, 미각자인지, 아니면 무미각자인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미각 민감성에서의 편차는 혀의 끝 부분 근처에 있는 버섯유두(fungiform papillae)의 수와 관련이 있다. 초미각자는 이것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무미각자는 가장 적게 가지고 있다. 이런 해부학적 차이는 거의가 유전적인 것이지만 혀의 손상으로 미뢰가 상실될 수도 있다. 호르몬도 미각의 민감성을 변화시킨다. 여성의 미각 민감성은 매월 호르몬 주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보이고, 에스트라디올 수준이 아주 높은 임신 초기에 가장 높아진다. 이런 경향은 적응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임신 동안에 여성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해로운 음식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초미각자, 미각자, 또는 무미각자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고 싶으면 다음과 같이 해보라.

파라핀 종이에 천공기로 1/4인치의 구멍을 뚫어라. 면봉을 청색 식용색소에 적셔라. 파라핀 종이를 혀 끝의 중앙 약간 오른쪽에 올려라. 파라핀 종이의 구명을 통해 면봉을 문질러 혀의 일부가 물들게 하라. 손전등과 돋보기를 이용하여 청색 영역에서 분홍색의 물들지 않은 원을 세어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버섯 유두이다. 당신의 수치를 다음의 평균치와 비교하라.

초미각자: 25개

미각자: 17개

무미각자: 10개

 

 

후각

 

냄새 감각인 후각(olfaction)은 코 내부의 막과 접촉한 화학물질을 탐지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냄새에 별 주의를 두지 않으며, 방취산업은 인간의 몸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와인의 품질을 판단하거나 고기의 신선도를 알아볼 때 후각에 의존한다. 천연가스 회사는 생산품에 특정 냄새를 첨가하여 소비자가 후각을 통해 가스의 누출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냄새는 일련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때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후각 수용기

 

냄새를 맡는 뉴런은 후각 세포(olfactory cell)인데, 이 세포는 코의 공기 통로 뒷부분의 후각상피에 위치한다. 포유류의 후각 세포에는 세포체에서 코의 점막 표면으로 뻗어가는 실처럼 생긴 섬모가 있고, 이 섬모에 후각 수용기가 위치한다. 각 세포의 수명은 한 달 정도이며 그 후에는 동일한 후각 민감성을 가진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후각은 빠르게 순응한다. 순응을 증명해보자. 레몬 추출물과 같은 냄새 나는 화학물질을 병에 담고 코로부터 점차 거리를 멀리하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라. 그 다음 병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숨을 깊이 들이 쉬기를 1분간 반복하라. 다시 측정할 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가 어떻게 되는가?

후각 수용기가 자극되면 신경충동이 축색을 따라 후구로 전달된다. 냄새를 내는 각각의 화학물질은 후구의 한정된 일부만을 흥분시킨다. 후구의 어느 영역이 흥분했는가에 의해 후각이 부호화 되는 거의 동일한 영역을 흥분시키는 반면에 냄새가 다른 화학물질들은 후구의 서로 다른 영역을 자극한다.

후구의 축색은 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연결되는데, 이때에도 그 연결은 정확하다. 일군의 화학물질에 민감한 모든 수용기는 피질의 동일한 세포군으로 정보를 보내며, 후각피질의 조직화는 모든 개인들 사이에 거의 동일하다.  피질에서 나온 정보는 후각에 아주 민감한 두 가지 행동인 섭식과 생식행동을 조절하는 다른 영역으로 연결된다.

 

후각 수용기를 확인하는 행동적 방법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후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연구자들은 이미 백여 년 전에 행동 관찰만을 이용하여 시각에 관한 유사한 질문에 답하였다. 그들은 빛의 세 가지 색인 적, 녹, 청을 다양한 비율로 혼합하여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인간이 세 가지 종류의 색채 수용기(오늘날에는 추상체라고 함)를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각에 대해서도 동일한 실험을 상상할 수 있다. 아몬드, 라일락, 그리고 스컹크 냄새와 같은 몇 가지 냄새를 준비하고, 이들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 사람들이 맡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냄새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라. 만약 세 가지 냄새로 충분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냄새를 만들어낼 때까지 다른 냄새를 추가하라. ‘일차 냄새’(이것이 있다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해야만 사용할 최상의 냄새 조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기로는 아무도 이런 실험을 행하지 않았거나 시도했던 모든 사람이 절망 끝에 포기하였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한 종류의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는 데 결함이 있는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다. 전반적 후각 결여를 무후각증(anosmia)이라 하고, 하나의 특정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을 특이적 무후각증(specific anosmia)이라 한다. 예를 들어서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땀의 냄새 성분인 아이소낙산(isobutyric acid)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이들은 오직 이 한 가지 냄새만을 맡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소낙산에 전문적인 수용기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각각의 특이적 무후각증이 특정 종류의 수용기가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또 다른 특이적 무후각증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다섯 가지(사향, 생선, 오줌, 정액, 맥아 냄새)의 특이적 무후각증이 확인되었고,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으나 26가지의 또 다른 특이적 무후각증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특이적 무후각증을 더 많이 찾아낼수록 모든 종류의 무후각증을 찾아냈다는 확신은 더 낮아진다.

 

수용기 유형의 생화학적 확인

 

궁극적으로 후각 수용기가 몇 가지인지를 알아내는 최상의 방법은 각각의 수용기 분자를 분리해내는 것이다.

Linda Buck와 Richard Axel(1991)이 후각 수용기에서 그림(생략)과 같은 단백질 군을 확인하였다(역주: 이들은 이 연구 업적으로 2004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많은 신경전달물질 수용기와 마찬가지로 이 단백질들도 세포막을 일곱 번 관통하고, 세포 바깥의 화학물질에 반응하여 세포내의 G-단백질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 다음에 이 G-단백질이 화학적 활동을 유발시키고, 그로인해 활동전위가 생성된다.

하나의 후각 수용기 세포에서는 오직 한 가지 수용기 유전자만 발현되고 좁은 범위의 화학물질만이 그 수용기를 흥분시킨다. 인간은 수백 개의 수용기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쥐나 생쥐는 약 천 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쥐는 인간에게는 동일해 보이는 냄새들을 구분할 수 있다.

 

부호화에 관한 시사점

 

우리가 가진 추상체는 세 가지, 미각 수용기는 다섯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후각 수용기의 수가 아주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많은 수용기를 가지면 기능에서도 그 만큼의 전문화가 가능하다. 우리가 세 가지 종류의 추상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색깔을 보기 위해서 각 추상체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색 지각에 기여해야 한다. 후각의 경우, 우리는 단지 몇 가지 냄새에만 반응하는 수용기를 가질 여유가 있다. 어떤 후각 수용기의 반응은 ‘나는 3~5개의 탄소 원자가 직선으로 배열된 지방산 냄새를 맡는다.’를 의미할 수 있다. 다른 수용기의 반응은 ‘나는 4~6개의 탄소 원자가 직선으로 배열된 지방산 또는 알데하이드 냄새를 맡는다.’를 의미할 수 있다. 다른 세포의 반응은 알코올, 알케인, 그리고 다른 냄새를 맡는다. 요약하면 한 수용기의 반응으로는 냄새분자의 대략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더 큰 수용기 집단의 반응으로는 그 분자를 훨씬 정확하게 인식을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색 지각은 3가지 추상체만으로 가능한데, 왜 그렇게 많은 종류의 후각 수용기를 갖도록 진화가 이루어졌을까? 중요한 이유는 빛 에너지는 파장이라는 단일 차원으로 배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각은 어느 하나의 연속체 상에 배열할 수 없는, 공기 중에 포함된 아주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처리를 한다. 그것들을 모두 탐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종류의 수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위치 탐지에 관한 것이다. 후각 수용기가 코의 통로 전체 표면에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후각에서 수용기가 차지하는 공간은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시각의 경우 뇌는 자극이 망막의 어디에서 들어온 것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수백 종류의 파장 수용기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것들을 아무리 조밀하게 배열하여도 크기가 제한된 망막의 각 지점에 다 집어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후각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의 웹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www.senseofsmell.org/home.asp

www.leffingwell.com/olfaction.htm

 

서비기관과 페로몬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포유동물에게 중요한 또 다른 감각이 있다. 서비기관(vomeronasal organ; VNO, 또는 서골비기관)은 후각 수용기 가까이 위치하지만 그것과는 독립적인 수용기 집단이다. 이 수용기는 후각 수용기와 마찬가지로 세포막을 일곱 번 관통한다. 그러나 서비기관에 있는 수용기의 종류는 많지 않은데, 그중 12종류의 수용기 군이 생쥐에서 발견되었고 후각 수용기와는 구조적으로 상이하다.

많은 수의 화학물질을 식별하는 후각계와 달리 서비기관의 수용기는 페로몬에만 반응한다. 페로몬(pheromone)은 동물에 의해 방출되어 동일 종에 속하는 다른 동물의 행동, 특히 성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이다. 예를 들어서 거세되지 않은 암캐를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암캐가 발정기일 때마다 많은 수캐들이 모여드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암캐의 페로몬이 문자 그대로 멀리까지 효과를 미친 것이다.

각 서비기관 수용기는 암컷 또는 수컷 생쥐의 냄새와 같은 하나의 페로몬에만 반응한다. 이 수용기는 농도가 극히 낮아도 특정 화학물질에는 선택적으로 반응하지만 다른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또한 이 수용기는 반복되는 자극에 대해서도 순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후각은 강한 순응을 보인다. 처음에는 방에서 어떤 냄새가 나지만 몇 분만 지나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후각 수용기는 새로운 냄새에 대해서는 반응하지만 계속되는 냄새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비기관 수용기는 자극이 지속되어도 여전히 강한 반응을 보인다.

유전적 결함으로 수컷 생쥐의 서비기관이 작동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에 대한 두 연구의 결과는 상이하였는데, 아마도 결함이 있는 서비 수용기가 서로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한 연구에서 수컷 생쥐는 모든 성행동을 상실하였고 다른 연구의 수컷 생쥐는 상대가 암컷이든 수컷이든 무차별적으로 성행동을 나타내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 서비기관은 상당히 뚜렷하고 인간 태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성인에서는 아주 작다. 또한 성인의 경우 서비기관은 존재하지만 수용기는 없다. 진화를 통해 사라져버리고 흔적만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페로몬에 반응한다. 연구자들은 인간에게서 최소한 한 가지의 페로몬 수용기를 발견하였다. 그 구조는 다른 동물의 페로몬 수용기와 흡사하지만 서비기관이 아니라 정상의 후각 수용기와 함께 코의 점막에 존재한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피부 분비물에 노출될 때 성행동에 중요한 뇌 영역인 시상하부의 활동이 증가된다는 보고도 있다.

페로몬의 행동적 효과는 분명히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즉 사람들은 보통 냄새가 없다고 말하는 인간 피부의 특정 화학물질에 반응한다. 이들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피부 온도, 땀 분비, 그리고 다른 자율반응에 변화가 생긴다.

여러 연구자들에서는 인간의 성행동에서 페로몬의 역할이 다른 포유동물에서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가장 잘 입증된 효과는 여성의 월경주기에 관한 것이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들의 월경주기는 그들 중 누구도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기화된다고 한다. 이 동기화에 페로몬이 관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을 한 기증 여성의 겨드랑이 분비물에 노출시켰다. 수행된 두 연구 모두에서 분비물에 노출된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증 여성의 월경주기에 동기화되었다.

페로몬을 다룬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남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의 월경주기가 다른 여성에 비해 더 규칙적인 경향이 있다는 현상을 다루었다. 이를 설명하는 한 가설은 남성의 페로몬이 월경주기의 규칙성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 연구에서는 성적으로 활동적이 아닌 젊은 여성들을 한 남성의 겨드랑이 분비물에 노출시켜 보았다. (이런 연구를 위한 자발적 참여자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들의 월경주기가 14주에 걸쳐서 점차 평균 29~30일로 변화되었는데, 이것은 이전에 비해 훨씬 규칙적인 것이었다. 요약하면,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페로몬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미미하고 작용기제도 잘 모른다.

 

맺음말: 상이한 감각은 세계를 이해하는 상이한 방법을 제공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현재의 환경을 기술하라고 하면,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기술할 것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대부분 종의 동물들은 그들이 맡은 냄새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인간, 개, 그리고 달팽이가 같은 곳에 있을지라도 그들이 지각하는 환경은 아주 다르다.

인간은 생쥐나 개처럼 많은 후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냄새에 많은 주의를 주지도 않지만 냄새는 우리의 행동에서 여러 모로 아주 중요하다. 개와는 달리 인간은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냄새를 맡아보지 않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신경을 쓴다.

 

생물심리학 | James W. Kalat 지음 | 김문수 외 옮김 | CENGAG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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