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선 이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와요. 잠자리는 풀대 끝을 날았다가 이내 돌아오곤 해요. 딱~ 기다리다가 증명사진을 콱! 하고 박았어요.

알고 보니 지구상에 날아다니는 생물군 넷이 있더군요. 곤충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이렇게 각 무리마다 날것이 있지만, 곤충은 대다수가 조류는 통째로 날 것이네요. 고생대에 날아다니는 곤충이 처음으로 나타났고, 중생대엔 익룡이 살다가 멸종했고, 신생대엔 공룡의 후예 새들이 허공을 주름잡기 시작했어요. 뒤이어 포유류인 박쥐도 태어났네요. 이들은 서로 다른 무리에 속한 만큼 날개를 만드는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고 해요. 서로 베껴 쓰기가 없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그중에서 고생대에 나타난 잠자리는 참 대단해요. 두 쌍의 앞뒤 날개를 따로 움직이는 근육이 있어 고속비행, 급회전, 정지비행(호버링)이 가능하다고 해요. 그래서 사냥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이렇게 해서 하늘 위의 포식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새들이 나타난 뒤로는 날개가 팍~ 하고 꺾였어요. 새는 정교한 눈과 깃털을 개발한 최고의 비행 능력자들이니까요. 잠자리가 헬리콥터라면 새는 제트기라 할 수 있겠네요.

잠자리 유충은 지금도 물속에서 작은 어류를 사냥하는 무서운 포식자예요. 그렇지만 성충이 되면 그들한테 잡아먹히기도 하지요. 역시 올챙이를 잡아먹지만, 물속을 벗어나면 개구리한테 먹히겠지요.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는 순간이네요. 고생대에 나타난 최초의 잠자리 메가네우라가 오래전에 했던 말. “제일 높은 자리는 내려올 시간을 예약해 둔 자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