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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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비틀면서 나아간다
어느 절 일주문 기둥에서 호랑거미 집을 보아요. 거미줄 가운데 거꾸로 매달려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요? 가까이 다가서니 줄을 마구 흔들어 대어요. 손을 갖다 대니 위 기둥 쪽으로 달아나네요. 위협이 통하지 않으니 도망쳐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자기 딴엔 숨었다는데, 빤히 다 보이는 거 있지요^^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데, 이번엔 거미줄 뒤편에다 자리를 잡네요.
살펴보니 근처에 한 마리가 더 있는데, 똑같이 손을 갖다 대니 이번엔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지네요. 꽁무니에서 거미줄이 이렇게 빨리 쏟아질 수도 있군요. 호랑거미의 경계 전략은 하나가 아닌 것 같지요? 거미는 눈이 퇴화해 잘 보지 못한다는데, 파동을 연마해서 심안(心眼)을 얻었나 보아요.
호랑거미는 집에 하얀 X자 무늬를 그려 놓아요. 신기하게도 8개의 다리를 두 쌍씩 포개고 쉬는 모습도 X자로군요. 그런데 이 무늬는 왜 만들었을까요? 자연계에 이유없는 현상은 없다 그래요.
혹 X자 무늬가 곤충을 유인할 수 있을까요? 빙고! 그렇다고 하네요. 흰 무늬가 자외선을 반사하는데 곤충들이 꽃의 허니가이드(생식 무늬)로 착각하는 모양이에요. 우린 못 보지만 곤충은 자외선을 보잖아요. 호랑거미는 꿀을 찾는 곤충의 행동 심리를 이용한 사냥법을 발명했네요. 거미줄을 치는 거미 중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거지요. X자 무늬, 놀랍지 않은가요?
전통의 기술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살짝 얹는 방식! 인류문명도 하나하나 쌓아가며 발전해 왔잖아요. 축적의 계단 위에 서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X자 무늬에서 호랑거미의 독창성을 보았어요. 그러고 보니 X는 스스로 비틀어 정형(╋)을 깨트리는 기호네요. 끊임없이 반복하며 새롭게 나아가는 가변성-프랙탈의 속성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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