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소나무 공간입니다.
우리에게 소나무란 무엇인가?
가지 하나가 바람에 부러진 일로 나라 안의 온 신문 방송이 호들갑을 떨던 정이품(正二品)소나무, 토지를 소유한 부자 나무로 국가로부터 납세번호를 부여받아 올해도 어김없이 재산세를 내야 할 석송령(石松靈) 소나무, 600년 전 조선이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길 때 목멱산(木覓山)에 심은 후 애국가의 한 구절로 남아 오늘도 부르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우리에게는 이런 소나무가 있다.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 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면서 시기와 증오와 원한을 가라앉히고자 솔밭에 정좌하여 태교를 실천하던 우리의 어머니들, 사철 변치 않는 푸르름과 청청한 기상의 강인한 생명력을 본받아 지조, 절조, 절개와 같은 소나무의 덕목을 머리 속에 심어 주던 우리의 아버지들, 우리 문화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이 기이하게 여길, 이런 소나무를 우리는 어제도 가지고 있었고, 오늘날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오늘날까지 우리 가슴에 담겨서 일관된 정서로, 또는 생활 전통의 문화요소로 이어져 내려오는 소나무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산림청에서 10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우리 국민의 산림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변함없이 소나무였다. 이 땅의 사람들은 주변에 다른 나무도 많은데, 왜 소나무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소나무가 이 땅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 문화에 자리 잡은 소나무의 비중이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우리 문화를 나무에 빗대 말할 때는 소나무 문화라고 한다. 소나무 문화라고 하는 이유는, 소나무가 우리 조상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소나무와 맺는 인연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잡인의 출입을 금하려고 솔가지를 끼워 금줄을 쳤으니, 이 땅에 살던 우리 조상은 태어난 순간부터 소나무와 인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땔감으로 땐 솔가지나 솔가리의 연기를 맡으면서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성장하고, 소나무에서 나온 생활도구나 농기구와 인연을 맺으면서 소나무와 관련 있는 음식(송편, 송화다식, 송기떡, 송엽주)을 먹으며 살다가, 이승을 하직할 때는 송판으로 만든 관에 들어 뒷산 솔밭에 묻혔다.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다가 소나무 밭에 죽는, 소나무에 의존하던 이런 생활 때문에 우리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소나무 문화’로 설명하던 농경사회는 겨우 한 세대 만에 이 땅에서 사라졌다. 지난 천년 동안 숲 바닥을 훑어서 땔감을 채취하거나 활엽수를 제거하던 인간의 행동으로 안정 상태를 유지하던 이 땅의 소나무 숲은 산업화에 따라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하루하루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고 있다. 소나무 숲에 가해지던 인간의 간섭이 사라지자 참나무류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자연의 운행 질서에 따라 소나무의 생육 공간을 차츰 잠식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나무재선충,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같은 외래 병해충의 창궐은 이 땅의 소나무에 엄청난 재앙이다. 모양 좋고 우람하게 자라던 곳곳의 소나무들이 병해충의 공격으로 사라지고, 산업화로 나빠진 환경 오염 때문에 도심과 공단 주변의 소나무 숲도 몸살을 앓는다.
한때 우리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소나무 숲은 인간의 간섭이 사라짐과 동시에 병충해와 산불과 수종 갱신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오늘날은 산림 면적의 25%에 불과하며, 앞으로 100년 뒤에는 이 땅에서 아예 사라지리라는 보고도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관심도 사라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의 우리에게는 소나무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지필 책무가 있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 속에 자리 잡은 소나무를 눈앞에서 멀어지게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의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다. 한국갤럽이 2004년 6월에 실시한 분야별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인은 은행나무 (4.4%), 단풍나무(3.6%), 벚나무(3.4%), 느티나무(2.8%)를 제치고 소나무(43.8%)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세계화의 파도를 넘어야 하는 세태를 반영하듯 가장 좋아하는 꽃과 새는 외래종인 장미와 앵무새인데 왜 나무는 여전히 토종인 소나무를 좋아하는 것일까? 광속의 정보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식 정보 사회에서, 농경문화와 농경 사회를 대변하던 소나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을 찾는 길을 함께 떠나보자.
소나무의 역사
지구상에는 100여종의 소나무가 자란다. 우리 소나무도 그 중 한 종류다. ‘소나무류’란 다른 종의 모든 소나무를 일컬으며 분류학적으로 정확한 용어는 소나무속屬()이다. 따라서 한국명 ‘소나무’라는 속명俗名()은 ‘소나무류’라는 소나무 전체를 일컫는 속명屬名(서로 가까운 종의 집단)과는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100여 종의 소나무라고 일컫는 이유는 분류학적 기준이 전문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역사는 소나무류의 진화 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소나무류는 중생대() 삼첩기() 말기인 약 1억 7,0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추정한다. 파충류와 공룡들이 서식하던 이 시기는 개화식물이나 활엽수가 존재하지 않던 때로, 거대한 속새과 식물이나 소나무류의 조상 격인 구과식물이 번성하던 때다.
고생물학자들은 소나무류가 최초로 번성한 장소를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북동부를 연결하던 베링기아 지역으로 꼽는다. 쥐라기를 거쳐 백악기에 이르러 소나무류는 베링기아 지역에서 서쪽으로는 시베리아로, 동쪽으로는 미대륙을 거점으로 그린랜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북유럽에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생대 백악기(전라북도 진안과 황해도 사리원 지역), 신생대 마이오세(경상북도 포항 장기층, 강원도 통천, 함경북도 회령 탄전 지역),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충청북도 단양 점말동굴, 경상북도 영양, 강원도 속초 영랑호 등)에서 소나무류의 화석이 나왔으며, 오늘날의 소나무와 가장 비슷한 화석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1926년에 발견된 중생대 제 3기 마이오세의 바늘잎이 2개인 소나무 화석이다.
소나무의 어원
소나무란 명칭은 어떻게 나왔을까? 그 어원은 과연 무엇일까?어떤 이는 솔과 나무가 합성된 형태로 딸+님이 따님, 쌀+전이 싸전으로 변한 것처럼 솔나무에서 ㄹ이 탈락한 말이라고 해석한다. 솔은 나무 중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우두머리를 말하는 수리가 수리-술-솔로 변했다는 주장도 있고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자 표기 송(松)의 중국식 발음이 우리와 같은 송song이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어원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계명대학교 김양동 교수는 태양의 순수 고유어인 살에서 유래했다고 추정하며 살()은 해, 날, 불과 함께 태양의 고유어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김교수는 살()은 생명의 근원인 태양의 빛살(햇살), 길고 가늘고 뾰족하고 빠른 물체를 나타내는 창살, 화살, 물살 등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생(生)의 뜻으로 삶, 사람 등의 용어에도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연(年), 세(歲)의 의미로 한 살, 두 살의 나이를 나타낼 때, 또 은 설元旦, 솔+대는 솟대로, 솔+이는 소리, 솔+나무는 한민족을 상징하는 소나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은 태양의 고유어이자 한자 신(神)의 고유어로 재구성하여 고대 문화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키워드로 볼 때, 이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경희대 서정범 명예교수도 솔이 ‘살’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김양동 교수의 접근과는 달리 문살, 떡살의 ‘살’과 화살의 ‘살’ 등이 모두 나무로 된 것이기에 ‘살’(목)과 솔(松)의 어원이 같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소나무의 명칭
소나무의 향명(鄕名)은 다양하다. 껍질이 붉고, 가지 끝에 붙는 눈도 붉다하여 적송(赤松), 바닷가보다는 내륙 지방에 주로 자라기에 육송(陸松), 온난한 해안과 도서 지방에서 자라는 곰솔의 잎보다는 부드러워서 여송(女松), 두 잎이 한 다발을 이루어서 이엽송(二葉松)이란 향명이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소낭이라고도 부른다. 또 강원도 영동지방에서는 곧게 자라는 특성을 살려 강송이나 금강송이라고도 부른다.
소나무의 한자 표기는 송松인데, 중국의 진시황이 갑자기 만난 소나기를 소나무 아래서 피하고는 고맙다는 뜻으로 나무에 공작 벼슬을 주어 ‘목공(木公)’이라 부른 데서 松자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중국의 위계는 공(公), 후(侯), 백(佰)의 순서로 대접받는데 소나무는 그 첫째인 공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장 훌륭한 나무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소나무는 중국에서는 적송赤松, 일본적송日本赤松 등으로 부르며, 일본에서는 마쓰송松나 아카마쓰적송赤松로 쓰고, 영어로는 Japaness red pine, 독일어로는 Japanische Rotkiefer라고 통용된다.
소나무의 학명은 피누스 덴시플로라 Pinus densiflora S. et Z.이다. 속명 피누스Pinus는 ‘소나무’의 라틴어 표기로 켈트어인 Pin(산)에서 유래했다. 종명 덴시플로라densiflora는 ‘촘촘히(라틴어den년) 핀 꽃(라틴어floris)’이라는 뜻이다. 종 이름 뒤에 붙은 S. et Z.는 명명자 표시로,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지볼트von siebold, P. F.와 독일의 식물학자 유카리니Zuccarini, J. G.의 이름 첫 글자를 나타낸 것이다.
소나무의 분포
수평적 분포
소나무는 한국, 중국 동북지방의 압록강 연안, 산둥반도, 일본의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혼슈本主에서 자라며, 러시아 연해주의 동해안에도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한라산(북위 33°20´)에서 함경북도 증산(북위 43°20´)에 이르는 온대림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한편 소나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부전고원 일대, 평안북도 금강산, 평안남도 백벽산, 철봉산 일대에서는 볼 수 없다.
소나무는 북위 37~8°에 가장 많았는데 북부지방에서는 신갈나무 때문에, 남부 도서지방에서는 곰솔에 밀려 그 영역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
수직적 분포
소나무는 수직적으로는 최저 해발 1m에서 최고 1,300m까지 분포하며 남쪽 제주도에서는 해발 500-1,500m의 산록에 주로 분포하고, 위도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분포가 저지대로 한정되어 백두산의 경우 해발 300m이하에서 자란다. 한라산의 경우 난대림이 있어 1,800m의 고지에서도 소나무가 자라지만, 육지에서는 대부분 1,300미터가 수직 분포의 상한선이다. 북쪽으로 가면 강원도 화악산과 함경도 추애산처럼 해발1,300m이하에만 소나무가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주로 500m내외가 수직 분포 영역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소나무의 형태
잎
소나무의 성숙한 바늘잎 길이는 3-13cm다. 잎은 바늘잎과 퇴화되어 떨어질 비늘잎으로 구성된다. 바늘잎은 1-2mm의 짧은 가지에만 달리고, 가느다란 비늘잎은 긴 가지 위에 달린다. 바늘잎이 떨어질 때 짧은 가지도 함께 떨어진다.
바늘잎은 두 개가 한 쌍이 되어 마주 나며, 아랫부분은 2-3mm 길이인 엽초葉鞘 안에 들어 있다. 두 개의 바늘잎이 서로 붙어 한 다발로 되어 있는데, 진화 과정에 한 잎이 두 잎으로 갈라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엽초를 제거하고 한 쌍의 바늘잎을 갈라보면, 그 사이에 미세한 돌기가 있는데, 이것을 사이눈이라고 부른다. 소나무 잎을 다발 째 꺾꽂이 하면 새순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적절하게 처리하면, 이 사이눈에서 새로운 뿌리와 줄기를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말이나 5월 초가 되면 지난해 미리 만들어 두었던 겨울눈冬芽에서 새순이 자라기 시작하는데, 맨 윗가지의 순은 몸통이 되고, 그 밖의 순들은 가지로 자란다. 이 순들이 발달하면서 새 잎이 자라기 시작한다. 짧은 가지에만 달리는 바늘잎은 보통 그해에 자란 긴 가지에 붙어 있고, 이태째 가을이 되면 대부분의 잎은 떨어지지만 땅심이 좋은 곳에서는 좀 더 오래 붙어 있다. 반면 공해가 심한 곳에서는 더 빨리 떨어지기도 한다.
소나무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잎이 짧아지는데 윗가지에서 나는 바늘잎은 아랫가지의 바늘잎보다, 그리고 곁가지보다는 원가지의 잎이 수명이 더 길다.
줄기
소나무 줄기는 지역에 따라 제각각으로 생겼다. 대개 동해안과 태백산맥 일대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줄기는 통직한 반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남서 해안 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대체로 굽은 형태를 보인다. 따라서 소나무 줄기의 통직성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소나무의 형태적 특징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줄기를 감싼 껍질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대체로 아래쪽 줄기의 껍질은 두꺼워지고, 위쪽 껍질은 얇아진다. 따라서 ‘용의 비늘이나 거북의 등처럼 생긴 줄기’를 우수한 소나무의 형태적 특징으로 들기도 한다. 껍질 색깔을 보면 윗부분은 적갈색을 많이 띠고, 아랫부분의 오래된 껍질은 흑갈색을 띤다. 소나무 껍질의 색과 두께는 한 생육 지역에서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껍질의 형태만으로 지역의 소나무를 구분할 수는 없다.
뿌리
소나무의 뿌리에는 땅 속 깊숙이 들어가는 심근성(深根性)이 있다. 어린 묘목의 뿌리는 주근(主根)이 발달하고, 가는 뿌리는 지표부에서 많이 발달한다. 어린 나무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뿌리목 부근에 몇 개의 수하근(垂下根)이 자라고, 지표면을 따라서는 수평근도 자란다. 암반 노출지나 토심이 얇은 지역에서도 흙을 찾아 상당히 깊이 뿌리를 뻗으며 토양이 좋은 곳에서는 5-6m 깊이까지 뻗는다.
꽃과 구과와 종자
소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한 몸에 피는 자웅동주다. 소나무 꽃은 4-5월에 피는데 수꽃은 길이 1cm 내외이며 장타원형이다. 꽃은 황색이며, 보통 20-30개로 구성된다. 수술의 끝은 반달 모양으로 퍼지며 두 개의 약포(葯胞)가 꽃실(花絲) 아래에 자리 잡는다.
암꽃은 보통 윗가지 끝에 2-3개씩 달리며, 길이는 5mm내외이고 엷은 보라색을 띠며 흔히 구화(毬花strobile)라 부른다. 수꽃의 화분(꽃가루)이 암꽃 머리에 앉는 것을 수분이라고 하며, 암꽃 머리에 앉은 꽃가루가 암꽃의 난핵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수정이라고 한다. 수분은 4-5월에 일어나고, 다음해 봄에 수정되어 가을에 종자가 익는다. 여러 암꽃으로 구성된 구화는 4-5월에 성숙하여 구과(毬果cone)가 되는데 흔히 솔방울 또는 씨방울이라 부르는 것이다. 솔방울은 여러 개의 인편이 모인 것으로, 인편 1개에는 배주가 2개 붙어 있고, 나중에는 날개가 2개 달린 종자가 된다. 가을이 돼 솔방울이 숙성하면 인편 사이가 벌어지고 끝에 달린 날개 덕분에 종자는 멀리 흩어질 수 있다.
소나무의 생장 특성
솔씨에서 어린 묘까지
소나무의 종자는 파종하고 3-4주 지나면 싹을 틔운다. 종피(種皮)를 쓴 채 땅 위로 올라오는 자엽의 수는 5-13개로 다양하다. 묘포장에서 조사해 보면 일반적으로 6-9개의 자엽을 가진 개체가 많고, 4-5개 또는 10개 이상의 자엽을 가진 개체는 드물다.
발아한 지 5-6주가 지나면 자엽과 함께 줄기 끝부분에 어린 잎(유엽)이 자라기 시작한다. 유엽은 줄기에서 한 잎씩 자란다. 발아한 지 10-14주 지나면 줄기 끝부분에 정상적인 잎(한 묶음에 두 잎)이 나며, 이때의 자엽이나 유엽은 녹색을 띤다.
줄기는 발아 후 2-3주 까지는 연한 녹색을 띤다. 발아 후 4주 정도가 되면 뿌리 가까운 부분(흔히 지제부)이 갈색으로 변하며, 발아한 지 10주 정도가 지나면 줄기의 끝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줄기가 갈색으로 변한다. 줄기색이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풀처럼 길이로만 자라는 1차생장에서 나무의 특징인 2차생장(부피생장 또는 비대생장)을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년이 지난 어린 묘는 보통 5-6cm에 이르지만 토양이 비옥하며 햇볕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더 잘 자랄 수도 있다.
어린 묘도 충분히 겨울을 이겨내는데, 영하의 기온은 어린 솔잎의 색깔을 녹색에서 적갈색으로 바꾸지만, 봄철이 되면 적갈색 솔잎들이 차츰 초록색으로 되돌아온다. 이태째의 생장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린 나무에서 아름드리 나무까지
소나무의 어린 묘는 2-3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자란다. 2년 동안 묘포에서 키운 묘목은 길이가 20cm 내외에 이르고 지제부의 직경은 5mm내외에 이른다. 그러나 솔숲에서 떨어진 종자에서 발아한 어린 묘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사람이 기른 묘목을 심지 않고, 어미나무에서 떨어진 종자로 솔숲을 만들 경우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소나무의 줄기는 1년에 한 마디씩 자란다. 소나무의 마디 수를 센 후, 4-5년을 더하면 나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고 하는 이유도 몸통을 이루는 원가지가 1년에 한 마디씩 자라는 소나무의 생육 특성 때문이다. 간혹 다음해에 자라야 할 새 눈이 여름철에 갑자기 자라서 여름순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다.
소나무가 한 해 자라는 마디의 길이는 대략 30cm에서 50cm다. 우리 조상들이 소나무를 60년에서 80년 키워 목재로 사용한 이유도 이 세월이면 20-30m에 달하는 재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
소나무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응할 수 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도 자라지만, 일반적으로 남향이나 서향보다는 북향이나 동향에서 더 잘 자란다. 또 갈색, 적색, 회갈색, 암색 산림 토양군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갈색 산림 토양군에서 더 잘 자란다. 소나무가 자라기 좋은 토양은 모래가 많이 섞여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나 양토이며, 토양산도는 ph5.0-5.5인 곳에서도 비교적 잘 자란다.
소나무는 생육 환경 조건(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암석지대나 척박한 곳은 물론이고 간헐적으로 범람하는 하천가에도 적응하긴 하지만 다fms 활엽수와 경쟁하지 않는 조건이면 양분이나 수분 조건이 좋은 산기슭이나 계곡에서 훨씬 잘 자라며 극양수라서 햇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햇빛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소나무 생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환경 인자는 생육 장소와 토양이고, 지질이나 표고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는 보고도 있다. 소나무는 건조하며, 척박한 장소(능선 사면부, 침식지)에서도 잘 자란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소가 소나무 생육에 적합한 곳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13-35쪽
지은이: 전영우
출판사: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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