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치유 공간입니다.
말매미와 참매미의 생태 문화사
참매미의 울음소리는 한국의 여름을 관통하는 가장 친숙한 음률이다. 맴맴 하는 소리는 점차 음정이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서정적인 규칙성을 띤다. 이 울음은 무더위 속에서 계절의 깊이를 더하며, 듣는 이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다.
매미의 이러한 상징성은 조선시대 왕과 고위 관료들이 착용하던 익선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익선관의 양옆에는 매미의 날개를 형상화한 익선이 달려 있는데, 이는 매미가 지닌 다섯 가지 덕목인 청렴, 검소, 신의, 겸손, 예의를 본받아 정사를 돌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선조들은 맑은 소리를 내고 허물을 벗는 생태적 특성을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여겼으며, 이를 관모의 형태로 형상화하여 통치자의 덕목을 일깨우고자 했다.
매미의 발생 주기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자면, 미국과 같은 소수년 주기매미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주기매미가 13년이나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철저히 동기화하여 대발생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매미는 4~7년의 지중 생활을 거치지만 개체군마다 발생 시기가 분산되어 매년 지상으로 나오는 연례 매미로 분류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매미는 특정 해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매년 여름이면 일정한 개체군이 지상으로 올라와 생을 이어간다.
매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고도의 생존 전략이다. 포식자의 개체군 주기와 배수가 겹치지 않는 시기를 택해 압도적인 숫자로 쏟아져 나옴으로써 종족을 보존하는 이른바 포식자 포화 효과를 극대화한다.
참매미가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숲을 선호하는 이유는 애벌레 시절부터 나무뿌리의 수액에 의존해야 하는 습성 때문이다. 참매미의 한살이는 알에서 시작된다. 성충 암컷은 산란관을 이용하여 나뭇가지 조직 속에 5~7개씩 알을 낳으며, 이 알은 가지에서 월동한 후 이듬해 7월경 부화한다. 땅으로 내려온 애벌레는 4~5년간 뿌리에 붙어 수액을 먹으며 성장한다. 우화 시기가 되면 주로 일몰 후부터 자정 사이에 지상으로 올라와 나무줄기에 몸을 고정하고 허물을 벗는다. 성충이 된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울며, 교미 후 암컷은 다시 가지에 산란하고 생을 마감한다.
환경 조건에 따른 생태적 특성도 뚜렷하다. 참매미는 변온동물로 기온이 15도 이상일 때 울음 활동을 시작하며, 습도가 낮고 맑은 날에 가장 활발하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기온이 낮아져 울음을 멈추지만, 비가 그치고 기온이 다시 오르면 금세 다시 울기 시작한다. 특히 오전과 오후의 활발한 시간대를 지나 밤이 되면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매미는 해외에서 들어온 외래종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한반도 전역에 자생해 온 우리의 토종 곤충이다. 본래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온대 기후 지역에 분포하며, 과거에는 자연 녹지나 낮은 지대의 평야, 강가 주변의 버드나무 등에 주로 서식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도심 열섬 현상, 선호 가로수의 식재, 낮은 포식압과 가로등의 인공 불빛에 적응하며 도심의 지배종으로 자리 잡았다.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발생하며, 도심의 높은 온도와 빛에 힘입어 활동 시기가 참매미보다 훨씬 길게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참매미와 말매미는 생태적 특성이 확연히 대비된다. 참매미는 초록과 검은색이 섞인 중형 크기로, 자연 숲에서 낮 시간대를 주도하며 선비의 정서와 같은 서정적인 맴맴 소리를 이어간다. 반면, 도시의 지배종이 된 말매미는 검은색의 대형으로, 쒸익 하는 거칠고 기계적인 소리로 밤까지 이어지는 도시 소음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렇듯 두 종은 각기 다른 진화의 길을 걸으며, 우리 곁의 여름 풍경을 각기 다른 색채로 완성하고 있다.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