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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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의 고운 눈매
오월의 싱그러운 숲길을 걸어요. 한걸음 건너 저만치서 찔레꽃 한 무리 달려오네요.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가 코끝에 닿아요.
찔레꽃은 언제 보아도 꾸밈이 없어요. 해맑고 수더분해서 하이얀 마음까지 들어요.
얽히고설킨 가시 줄기 위로 하얀 꽃송이들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어요. 꾸밈없이 모여있을 때 오히려 모양이 나는 꽃이 바로 찔레예요.
한순간에 느낌이 팍~ 오는 거 있지요. “어릴 적 눈매 고운 누이를 부르는 꽃!”
가난했던 그 시절 찔레가 우리 정서에 깊이 들어앉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변에 널려 있어 쉽게 이용했기 때문일 거예요.
찔레꽃으로 떡을 만들어 먹고 보드라운 찔레순으로 허기를 채우기도 했으니까요. 가시가 날카로운 나무는 독이 없다 하잖아요.
한 시절로 피어나는 순백의 향기, 그 꽃을 향한 그리움도 한몫했을 거예요. 험난한 가시로 가득한 실향민의 삶에 위로를 주었을 테니까요.
고향을 잇는 하이얀 꽃의 치유성이라 할까요. <찔레꽃·백난아 1942> 노래를 찾아 살짝 들어 봤어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우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는 못 잊을 사람아~”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인기를 끌었던 국민가요라 하네요. 머~언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시처럼 배어 있어요.
춥고 배고팠던 그 시절 사람들은 찔레꽃에서 누이의 고운 눈매를 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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