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숲길
시대를 앞서 간 혁명가의 솔숲에서

강릉에 와서 허균 난설헌 오누이의 솔숲을 하루 종일 거닐었습니다.
허균 형제와 가족이 살았던 역사의 숨결같은 솔숲에서
경관의 아름다움 너머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
한 인생의 가치관을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위대한 개혁 철학자의 사유의 깊이는 얼마이며
인류를 위한 진실한 삶의 행동은 무엇인가?"
비내리던 하늘에 오후 햇살이 비치고
박새 무리가 솔숲 언저리에 내려앉아 솔씨를 빼 먹습니다.
쇠딱다구리는 두꺼운 솔껍질 속 먹을 것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왕조시대 단단한 사각의 틀 속에서
목숨을 내던진 개혁 혁명가의 숨결이 살아있을
솔숲은 500여 년 전 그때를 기억하고 있겠지요.
시간차를 두고 위대한 얼이 깃든 솔숲, 그 자리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거룩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하루 종일 숲길을 걷게 된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