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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로 피어오르는 봄날의 심상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4-02 02: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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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숲길
연두로 피어오르는 봄날의 심상
연두로 피어오르는 봄날의 심상
물속에서 살 수 있는 나무가 얼마나 될까요? 육상식물이 바다에서 나왔지만, 다시 물속으로 들어서 사는 나무들, 버드나무 종류가 그렇겠지요. 갯버들도, 버드나무도, 왕버들도 모두 뿌리를 물에 담그고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 평범한 것은 아니예요.
습한 곳에 빈터가 생기면 어김없이 버드나무가 들어서요. 땡땡 마른 빈터에 소나무가 들어서듯이. 그래서 버드나무와 소나무는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는 개척자라 할 수 있어요. 강한 호기심과 인내심으로 미지의 땅에 두려움 없이 나서니까요. 둘 다 햇빛에 아주 민감하여 햇빛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그래서 점점 다른 나무들이 극상림을 이루면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는 것이지요. 개척자의 뒷모습이 쓸쓸하다구요? 가야 할 때를 아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이라 말하고 싶어요.
버드나무는 너무나 흔한 교잡종으로 나타납니다. 암수딴그루로 떨어져 살면서도 서로 간에 유전자를 뒤섞은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유전적 다양성이 뛰어납니다.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제비꽃처럼요. 유전적 다양성을 갖는 식물 종은 빙하기나 대홍수, 화산폭발 등 극한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살아남는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버드나무는 오래 전부터 인류와 매우 친한 나무였어요. 소나무처럼 이야기를 꽃피우는 문화를 이루어 왔으니까요. 이 나무들은 옛적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농촌문화 경관을 이루었어요. 소나무가 주로 마을숲으로 심어졌다면 버드나무는 강가나 우물가에 심었어요. 소나무는 한 때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며 군자의 나무로 사랑받았지요.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사육신, 성삼문- 버드나무는 사랑과 이별의 상징으로 노랫말에 가장 많이 등장했어요.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대지의 항구, 백년설- 바라보는 심상이 달랐던 거지요. 소나무가 남성성을 대표한다면 버드나무는 여성성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이른 봄의 버들강아지가 지고 나더니, 강둑 아래엔 버드나무 햇잎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요. 연두로 부풀어 오르는 봄날의 심상을 어찌 말로 다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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