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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계라고요?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7-27 1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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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계라고요?
산골짜기 무논에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일렁이는 초록 물결엔 행복한 기대감이 있어요. 몇천 년을 이어온 인류의 생명줄이니 어찌 그러지 않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리는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와 제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라 했으니까요. 무논에 자라는 벼는 우리에게 그런 거래요. 이글이글 타는 해가 뭉게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고 있네요.
나란나란 초록 줄무늬를 긋는 고랑에 하얀 백로가 찾아왔어요. 긴 다리를 겅중겅중 내저으며 걷다가 무언가 콕 집어서 삼키기 여념이 없어요. 야생의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슬라이드처럼 넘어가는 생명의 서사시네요. 생사의 고비 너머에서 진화로움이 손짓하는~
하얀 백로가 푸른 무논에 자신 있게 들어서는, 보호색을 무시하는 이 당당함은 무엇일까요? 백로는 주변 눈치가 빨라요. 조금만 다가설라치면 바로 꽁무니를 내빼어요. 도움닫기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날아오를 수 있는 거지요.
논병아리가 물속으로 뛰어들듯이~ 자신 있는 일에 두려움 따윈 없겠지요? 백로의 생존전략은 바로 36계.
슬쩍 눈길만 줘도 긴 목을 곧추세워
파란 무논은 보호색이 되지 않아
하얀 백로는 경계심을 풀 수 없지
그런데도 무논에 들어서는 까닭은
언제든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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