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치유포커스 공간입니다.
매미가 탈피송을 부르듯이
장마가 주춤거리는 여름날 흰 구름 보러 나왔다가 옆길로 새었어요. 살다 보면 생각대로 안 될 때가 너무 많잖아요.
산청읍 웅석봉은 가파른 능선이 장벽처럼 둘러서 있어요. 숲길도 가파르기 마련이겠지요. 이맘때쯤이면 이 숲에 귀한 나도승마꽃이 피어나요. 그런데 지금은 꽃이 거의 피지 않았네요. 어쩌겠어요. 내친김에 운동도 할 겸 고갯마루에 오르기로 했어요.
무더위에 숨은 차고, 모기는 덤비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겠지요. 차디찬 계곡물에 달구어진 머리 한 번 담그고 또 올라 봐야지요. 그런데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순간 숲 사이로 하늘이 비치는 거예요. 능선이 가까운 거지요. 순간 발걸음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요. 희망이란 그런 거 같아요. 뭔가 목표지점이 바라보이는……
그렇지만 인생이 어디 한결같은가요? 캄캄한 동굴 속에 있을 때도 있잖아요. 목표를 이루려는 그 순간이 고비인 거 같기도 해요. 공장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사실인데요. 드릴로 철판을 뚫으면 구멍이 뚫리기 직전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새벽의 어둠이 더 짙은 이치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동굴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의 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말이지요. 숲길 중간에서 매미 탈피각을 하나 발견했어요. 한 생명이 통과의례의 문을 무사히 넘어왔나 보군요. 어디선가 매미의 탈피송이 들리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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