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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내부의 의사소통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5-01 08:38:43     63

 

식물은 자신이 보유한 감각을 이용하여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주변정세를 파악하고 행동방침을 정한다이 과정에서 식물은 수십 가지의 변수를 측정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한다그러나 컴퓨터와는 달리 식물에게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식물의 뿌리가 인근의 토양에 물이 존재하지 않음을 탐지했거나 식물의 잎이 초식동물의 침략을 알아차렸다고 하자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다른 부위에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정보전달이 지연되면 식물 전체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모든 살아있는 존재에게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의사소통은 위험을 회피하게 해주고 경험을 축적하게 해주며자신의 몸 상태와 환경여건을 파악하게 해준다.

식물의 경우 외견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식물은 전기신화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생물학적 구조체즉 신경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에 반해 동물들은 전기신호를 이용하여 말단에서 중추신경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에게 있어서 메시지 전달의 중요성과 시급성은 동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뿌리에서 올라오는 정보는 잎에서 오는 정보만큼이나 식물에게 긴요하며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이 정보를 다른 부위에 신속히 전달해야 한다.

몸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식물은 수압과 화학은 물론 전기신화까지도 이용한다식물은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독립된 시스템을 가동하는데이 시스템들은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힘을 합쳐 짧게는 몇 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미터에 걸친 장단거리 임무를 수행한다.

 

관다발계

실질적으로 동물과 인간이 사용하는 전기시스템은 동일하지만식물은 특정한 방향으로 맞춤화 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 세포벽에 뚫린 원형질연락사라는 구멍을 이용하고먼 거리로 신호를 보낼 때는 관다발계를 이용한다식물은 심장이 없지만 동물의 혈관계와 비슷한 관다발계를 보유하고 있다관다발계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물질을 수송하는 유압시스템으로중앙펌프즉 심장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우리의 혈관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식물은 이 순환기구를 이용하여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액체를 수송한다이런 관다발계의 기능은 마치 동물의 동맥과 정맥을 연상시킨다동맥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관부라고 하는데이것은 뿌리에서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수관까지 물을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물관부는 주로 물과 무기염류를 운반하도록 최적화된 통도조직이다한편 정맥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체관부라고 하며 잎에서 생산한 당분을 열매와 뿌리로 수송한다.

이처럼 복잡한 관다발계를 통해 전기신호는 마치 전도액으로 가득 찬 튜브를 통과하는 것처럼 매우 부드럽고 신속하게 이동한다뿌리와 잎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화학신호를 이용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기신호를 이용하면 토양의 수분상태 등의 긴급메시지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이렇게 해서 잎은 뿌리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받아들여 검토한 다음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기공

기공은 잎 안쪽 표면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피부의 모공과 마찬가지로 외계와 의사소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기공의 입구에는 두 개의 공변세포가 자리잡고 있다공변세포는 수분과 빛의 상태를 고려하여 기공의 개폐를 조절하므로 문자 그대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세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식물은 커다란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기공을 열면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포도당을 얻을 수 있지만 많은 수분을 잃게 된다반대로 기공을 닫으면 수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광합성을 포기해야 한다식물은 당분생산과 수분보유라는 두 가지 절박한 과제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하루 중 햇빛이 가장 뜨거운 한낮에 식물이 기공을 닫아 광합성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과도한 탈수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키가 매우 큰 세쿼이아나 참나무에서 뿌리가 갑자기 수분부족 상황을 감지했다고 생각해보자이것은 잎에 빨리 알려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다왜냐하면 기공이 열려 있을 경우 증산작용이 계속되어 순식간에 식물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식물의 사활이 달린 긴급 메시지는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첫 번째 수단은 전기신호다전기신호는 짧은 시간에 잎에 도달하여 기공의 폐쇄를 재촉할 수 있다그러나 전기신호가 전부는 아니다식물은 전기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화학 호르몬 신호도 보낸다화학 호르몬 신호는 관다발계를 통해서 서서히 잎에 도달하는 데인간의 화학 호르몬 신호가 혈관계를 타고 전달되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화학 호르몬 신호와 전기신호에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화학 호르몬 신호는 속도가 느려서 키가 큰 나무의 경우에는 뿌리에서 잎까지 전달되는 데 며칠이 소요될 수도 있다그러나 전기신호보다 더 완벽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출사고

식물의 유압시스템(관다발계)은 다른 종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식물조직의 일부가 손상되면 유압시스템이 고장 난다그러면 손상부위에서는 액체를 방출하여 그곳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식물 전체에 알린다액체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경고 메시지다경고 메시지를 받은 식물은 즉시 손상된 위치를 파악하여 그 부분에 흉터를 형성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물의 세 가지 신호 전달시스템은 상호보완적이다이 시스템들은 장거리와 단거리를 불문하고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식물의 생명과 평행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식물은 동물과 유사한 점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내부 의사소통 경로를 가지고 있다동물은 중앙집권화된 뇌를 보유하고 있어서 모든 신호들이 그곳으로 집중되지만 식물은 특유의 모듈성과 반복성 덕분에 여러 개의 데이터처리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

식물은 데이터처리센터를 이용하여 맹 다른 종류의 신호들을 처리할 수 있다우리 인간은 다리에서 손이나 입으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며몇 가지 예외를 제외한 모든 신호들은 일단 뇌에서 처리된 다음 전달된다그러나 식물은 뿌리에서 수관으로 그리고 수관에서 뿌리로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하나의 뿌리나 잎에서 다른 뿌리나 잎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왜냐하면 식물은 분산지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중앙처리센터가 없다는 사실은 정보가 늘 같은 경로를 통과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행성B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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