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류는 식물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그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균류가 녹색을 띠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균류에 속한 종들은 그 어느 종도 엽록소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녹색식물이 하는 것처럼 광합성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는다.

균류는 땅속이나 유기체에 살면서 효소를 방출하여 자기들에게 필요한 먹을거리를 녹이고 소화시킨다. 그렇게 하여 먹을거리를 미리 소회시킨 후 영양소만을 체내로 흡수하는 것이다.

균류는 수정된 씨앗도 없고 성장세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균류는 그들의 몸체 내부에 있는 가느다란 균사를 서로 뭉치고 엮어서 버섯도 만들고 이끼도 만들고 다른 더 큰 조직체도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들이 이런 성장을 하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거기에 더하여 균류는 다른 식물과는 다르게 세포 차원에서 특이한 형태의 유성생식 결합을 한다. DNA 배열 순서를 비교해보면 균류가 식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오히려 식물에 가깝기보다는 동물성 미생물 생명체와 아주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균류와 지상식물 사이의 공생관계가 아마도 식물이 지구상의 표면에 맨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초기에 지구상에 등장한 식물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의 문제는 어떻게 수분과 미네랄 영양소를 얻느냐 하는 것이었다. 뿌리와 내부 파이프시스템이야말로 땅속으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이고 이 빨아들인 수분을 식물의 몸체 전체로 골고루 분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식물의 뿌리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흙 속에 녹아있는 필수적인 미네랄을 흡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균류와의 협력관계가 대단히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상식물들은 균근(菌根)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결합체를 만들어냄으로서 토양으로부터 핵심적인 미네랄을 빨아올리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방법에서 균류의 역할은 이러한 긴요한 미네랄을 찾아내서 뿌리 내부로 직접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시키는 일이다.

균류가 녹색식물을 위해 자기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유는 보상으로 당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균류는 녹색식물에게 미네랄(무기영양소)을 흡수하도록 도와주고 녹색식물은 균류에게 광합성의 산물인 당분(탄수화물)을 전해주는 것이다.

식물학자들은 지상식물의 80퍼센트 이상이 최소한의 미네랄 영양소를 토양 속의 균류에 의존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균근의 교환시스템은 이미 4억 년 전에 지구상에 식물의 서식지를 넓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한 균류는 죽은 식물체를 분해하고 썩게 한다. 균류는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균류와 박테리아가 없다면 숲은 죽은 식물의 시체로 가득 쌓여 있고 숨이 막히게 될 것이다.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바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