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문화

식물 문화 공간입니다.

Url Copy

미국삼나무 레드우드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5-01 10:46:51     96

 

캘리포니아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이 거대한 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고 불렀다그 중 어린 나무들의 나이가 천 살이 넘는 걸로 추측되며가장 오래된 나무들은 이천 살이 넘는다우리가 기원을 셈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나무의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줄기)는 밑에서는 보이지도 않았고첫 가지가 땅에서 오륙십 미터 높이에서 시작되는 나무들도 많았다밑의 나무둥치는 피라미드와도 같았다다른 시간대로부터 온 이 증인들의 모습 앞에서 사람의 자만심은 설 자리가 없었다인디언들은 이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자연의 기억을 표상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135년 전에 시애틀의 추장은 -그의 부족은 또다시 새 인디안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이주되었다.-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하는 말은 별들과 같아서 떨어지지 않는다이 땅의 모든 것은 내 부족에게 신성하다반짝이는 솔잎 하나도어두운 숲의 안개도숲 속의 모든 공터들도윙윙대는 풀벌레들 하나 하나도 내 부족의 생각과 경험 속에서 신성하다나무를 타고 오르는 수액은 붉은 민족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생각이런 오랜 지혜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가는시애틀 추장이 편지를 쓴 이후로 117년이 지난 후에 나온 백과사전을 보면 알 수 있다레드우드(red wood)라는 표제어 아래 써 있는 설명은 우리 문명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세코이아 나무촘촘한 백목질과 분홍빛 심을 갖고 있고가볍고 유연하고 견고해서 고급 건축재나 가구용으로 널리 쓰인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의 하나이고 자연의 기적인 레드우드가 인간의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에서는 가구공업의 고품질 제재로 전락하고 있다부끄럽지만 백과사전에 쓰인 내용이 오늘날 우리의 지적 수준과 걸맞은 것일 수도 있다그것은 우리가 영혼을 제쳐두고 오직 이성 위주로 자만하면서 당당하게 끌어온 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표징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도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레드우드들은 오늘날 자연 보호법으로 보호되고 있다한 때 그 나무들은 지구 도처에 퍼져 있었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 서해안의 몇몇 지역에서만 자란다그들은 숱한 산불에도 스러지지 않고 살아남았다줄기에 깊은 흉터를 남긴 상처들이 그 고난의 세월을 증명한다그들이 우리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거기에 있다옛 문명들은 크고 오래된 나무의 영적 가치를 알았다나무의 파장을 통해서 그들은 확신과 영감과 평화를 얻었다.

 

장미의 부름(다그니 케르너 외정신세계사 145-146쪽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댓글이 없습니다.